문재인 대통령은 14일 미·북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방한한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에게 "(미·북 정상회담이) 미국,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인으로 하여금 전쟁, 핵 위협, 장거리 미사일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게 했다"면서 "이런 것만 하더라도 엄청나게 가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 말처럼 이번 회담은 북핵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이었다. 폼페이오 장관의 회담 하루 전 언급처럼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가 합의됐다면 '북핵 위협에서 벗어난다'는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북 회담은 13년 전 9·19 합의보다 훨씬 후퇴한 내용을 결과라고 내놓고 끝났다. 당시 9·19 성명은 '한반도의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 북(北)은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계획을 포기하고 조속한 시일 내에 핵확산금지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 조치에 복귀한다'고 했다. 이번에는 '검증'은 물론이고 NPT, IAEA 복귀조차 없다. 북한이 현재까지 만들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50기 안팎 핵폭탄은 그대로 있고 어떻게 없애고 어떻게 검증할지 하나도 구체화되지 않고 있다. 이러고서 핵 위협에서 벗어났다고 할 수 있나.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북한을 '전략 국가'라면서 "조미 수뇌(미·북 정상) 회담에 앞서 조선반도 비핵화가 아니라 북조선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가 당장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유포됐으나 그것은 이번 회담의 역사적 의미를 부정하는 것"이었다고 했다. 미국이 요구했던 CVID는 북이 생각하는 비핵화와는 완전히 다른 것이며 이번에 무산시켰다는 것이다. 이것이 북의 본심일 것이다.

트럼프는 회담 성과로 김정은이 미사일 엔진 시험장을 없앨 것이라고 약속한 점을 들었다. 실제 폐기할 것이다. 북은 풍계리 핵실험장도 폭파했다. 둘 다 효용성이 없어진 시설이다. 하지만 이것으로 김정은은 미국을 공격할 의사는 없다는 선물을 선거를 앞둔 트럼프에게 줄 수 있다. 트럼프는 그 대가로 북한이 그동안 줄기차게 요구해온 한·미 연합 훈련 중단을 약속했고 앞으로 주한 미군을 철수 내지 감축할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이날 열린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는 "성실한 대화가 지속된다면 한·미 훈련에 대해서도 신중한 검토를 할 것"이라고 했다. 연합 훈련을 하지 않으면 동맹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북핵을 없애 한국의 안보를 지키고자 시작한 협상이, 북핵 폐기는 모호하고 불확실한 지대로 들어가고 한·미 동맹은 명백히 약화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지금 모두가 북한 체제 안전을 걱정하는데 정작 한국민 안위는 누가 대변하고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