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도착한 한국 축구 대표팀이 상트페테르부르크 베이스캠프에서 첫 훈련을 시작하던 날, 예고된 대로 훈련이 최초로 팬들에게 공개됐다. 훈련장인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은 상트페테르부르크 중심지에서 40km 이상 떨어진 곳이다. 교통 상황을 감안하면 차로 한 시간 거리의 다소 외진 곳이었는데도 불구하고, 훈련 시작 전부터 많은 팬들이 훈련장을 찾아 선수들을 기다렸다.

훈련장을 찾은 팬들 중에는 러시아 팬들이 훨씬 많았다. 총 250명 중 교민은 50여 명, 나머지는 한국 선수들을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러시아 팬들이었다. 훈련을 보기 위해 훈련장으로 입장하는 절차는 쉽지 않았다. 최근 러시아 월드컵 경기장을 비롯해 훈련장까지 철저한 보안 검색이 이뤄지고 있다. 한국팀 훈련장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기자들을 포함해 팬들도 ‘깐깐한’ 보안 검색대를 통과해야 했다. 가방을 열어 모든 소지품을 검사했고, 일부 팬들은 음료수를 압수당하기도 했다. 훈련장에는 팬들과 그라운드 사이에 일정 간격으로 보안 요원들이 앉아있었고, 경기장 외부에는 무장 경찰들과 장갑차가 배치됐다. 월드컵 개막을 하루 앞두고 러시아가 테러와 안전에 각별히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훈련이 시작되고 선수들이 경기장을 뛰기 시작하자, 훈련장에 모인 팬들은 태극기를 흔들고 격려의 함성을 질렀다. 오스트리아 전지훈련장에서 늘 조용하고 차분한 가운데 훈련이 진행됐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다. 선수들도 첫 공개 훈련으로 맞이한 팬들의 함성에 웃음 지었다. 운동장을 달리던 손흥민 선수는 격려해주는 팬들을 향해 감사의 박수를 쳐주기도 했다.

훈련을 모두 마친 후 선수들은 관중들에게 다가가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리고는 팬들에게 직접 사인해주기 시작했다. 단연 최고 인기 선수는 손흥민이었다. 특히, 러시아 팬들이 모두 ‘SON’을 외치며 사인을 부탁했다. 주장 기성용 선수의 인기도 만만치 않았다. 사인을 부탁하던 한 팬은 기성용 선수에게 “예쁜 아기 태어난 것 축하해요”라고 인사를 했고, 기성용 선수는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웃으며 화답했다.

한국 축구 대표팀의 공개 훈련은 현장을 찾은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 속에 마무리됐다. 최근 거듭된 평가전 패배로 다소 가라앉아 있었던 대표팀 분위기도, 이번 훈련을 계기로 다소 활력을 찾은 듯 보였다. 이제 운명의 첫 경기 스웨덴전이 사흘 남았다. 앞선 평가전 성적이 실망스러웠더라도 한국 축구팬들은 한국팀을 열렬히 응원할 것이다. 선수들이 멋진 경기로 감동을 줄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