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남아있는 유일한 북극곰 '통키(수컷·24세)'가 노후를 보내기 위해 영국으로 떠난다. 북극곰의 평균 수명은 25~30년으로 통키는 사람 나이로 치면 70·80대 고령이다. 에버랜드는 멸종위기 희귀동물인 통키가 실제 북극곰 서식지와 비슷한 환경을 갖춘 영국 요크셔 야생공원으로 간다고 11일 밝혔다.
북극곰 통키의 고향은 경남 마산이다. 통키의 부모는 마산 돌섬유원지에서 통키를 낳았다. 당시만 해도 국내 동물원에 북극곰 20여 마리가 살았다. 3세가 되던 1997년에 에버랜드로 옮겨간 어린 통키는 시민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이름은 에버랜드 직원들이 당시 유행하던 만화영화 '피구왕 통키'에서 따와 지어줬다. 에버랜드 측은 "통키가 온 이후부터 지금까지 에버랜드 동물원 방문객은 1억4000만명"이라며 "전 국민이 한두 번 이상은 통키를 만나본 셈"이라고 했다.
에버랜드는 3년 전 통키의 여자 친구 북극곰 '설희'가 세상을 떠난 이후부터 통키의 이주를 타진하기 시작했다. 동물권단체에서도 "홀로 남은 통키가 같은 장소에서 같은 동작을 계속해서 반복하는 등 스트레스 징후를 보이고 있다"고 통키의 이주를 촉구했다. 야생에서 하루에 80㎞ 이상을 이동하는 북극곰에게 오랜 동물원 생활은 가혹한 환경이라는 것이다. 설희에 이어 지난해 대전 오월드에 있던 북극곰 '남극이'가 췌장암으로 죽으면서 국내 북극곰은 통키 한 마리만 남게 됐다.
지난해 7월에는 통키가 폭염 속에 방치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동물권단체 '케어'는 30도를 웃도는 폭염에 지친 통키가 물이 담긴 대야에 힘겹게 앞발을 넣고 있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에버랜드는 높아진 동물 복지에 대한 관심과 여론을 고려해 요크셔 야생공원으로의 이주를 최종적으로 결정했다.
통키가 노년을 보낼 요크셔 야생공원은 2009년 4월 문을 연 세계적 수준의 생태형 공원이다. 대형 호수와 초원 등 실제 서식지와 유사한 4만㎡의 북극곰 전용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다. 통키는 현재 공원에 살고 있는 북극곰 4마리와 함께 지내게 된다.
인천공항에서 요크셔 야생공원까지 거리는 8700㎞에 달한다. 고령의 통키가 장거리 비행이 가능할지 확인하기 위해 요크셔 야생공원의 북극곰 전문 수의사가 지난 5월 에버랜드를 방문했다. 조너선 크랙넬 수의사는 "나이에 비해 매우 건강한 상태로 장시간 이동도 가능하다"면서 "통키가 이전하면 다른 북극곰들과도 잘 어울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북극곰은 국제적 멸종위기 동물로 국가 간 이동 시 복잡한 행정·검역 절차와 사전 안전 조치를 거치게 된다. 이전에 드는 비용은 에버랜드가 모두 부담할 예정이다.
15년 가까이 통키를 보살핀 이광희 전임사육사는 "통키는 사람과도 교감을 잘해서 수영을 하다가도 사육사가 이름을 부르면 눈을 마주치면서 먹이를 달라고 손짓을 했다"고 했다. 그는 "정든 통키와의 이별은 아쉽지만, 통키가 다른 북극곰 친구들과 어울려 여생을 보낼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덧붙였다.
에버랜드 사육사들은 장시간 비행을 앞둔 통키를 위해 올여름 건강관리에 전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통키가 좋아하는 얼음과 과일·닭고기·고등어 등 간식, 장난감을 잔뜩 준비하고 실내 냉방 온도는 실제 북극곰 서식지인 캐나다 매니토바 지역 수준인 18도로 유지한다.
통키는 오는 11월 말 영국으로 건너갈 예정이다. 에버랜드는 통키를 마지막으로 북극곰을 더는 들여오지 않기로 했다. 통키의 사육장은 다른 동물을 위한 공간이나 생태보전 교육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