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질환은 겨울에 주로 발생한다. 기온이 낮으면 혈관이 좁아져 피가 제대로 흐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심장 질환이 있는 이들은 여름에도 안심해서는 안 된다. 땀을 흘려 피부 속 수분이 빠져나가 혈액 점도가 높아지면, 끈적끈적하게 뭉친 피가 혈행(血行)을 막아 혈관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 급기야 관상동맥이 꽉 막히는 급성 심근경색으로 악화하면 미처 손 쓸 틈도 없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경기 분당제생병원의 최성실 흉부외과장은 "나이가 들면 혈관도 노화하므로 심장 질환은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다. 평소 심장 관리에 관심을 갖고 정기 검진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심장 질환,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인 최다 사망 원인으로 암(癌) 다음을 잇는 병은 심장 질환이다. 심장 질환은 보통 관상동맥이나 판막에 문제가 생겨 심장 또는 각 기관에 혈액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아 발생한다.

관상동맥은 심장에 피를 공급하는 혈관이다. 관상동맥에 중성지방이 과도하게 쌓여 좁아지거나 혈관벽이 노화로 탄성이 떨어져 딱딱해지면, 심장이 수축하고 이완할 때 압력차가 커져 심혈관계 질환 발생 위험이 커진다. 좁아진 관상동맥은 협심증·심근경색·부정맥의 원인이 된다. 급성 심근경색의 경우, 대부분 호흡 곤란이 시작된 후 몇 분 안에 사망한다. 따라서 정기 검진 등에서 관상동맥이 많이 좁아진 증상이 발견되면 미리 조치를 해야 한다.

비(非)수술 치료로는 작은 풍선을 넣어 혈관을 넓히는 풍선확장술, 용수철 모양 기구를 넣어 혈관을 확장하는 스텐트 삽입술 등이 있다. 수술로는 자신의 다리 등에서 정맥혈관을 떼어다 심장 부근에 새로운 혈관을 만들어주는 관상동맥 우회술이 대표적이다.

판막은 심장으로 들어오고 나가는 피가 원활하게 흐르도록 돕는 문(門)이다. 이 문을 수십 년간 열고 닫다 보면 낡아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대부분 판막 질환은 50대 이상 연령층에서 나타난다. 판막에 이상이 생기면, 호흡 곤란·기침 및 가래 등이 나타난다. 이런 증상을 가볍게 여기고 시간을 흘려보내다간 승모판 협착증·승모판 폐쇄부전증 등으로 악화할 수 있다. 일단 심장부에서 이상 징후를 발견하면, 주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하면서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 수술 후에도 재발을 막으려면 환자별 맞춤형 관리를 할 필요가 있다.

안혁(오른쪽에서 세번째) 서울대 명예교수를 비롯한 경기 분당제생병원 의료진이 한자리에 모여 심장 수술을 앞둔 환자에게 치료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안혁 서울대 명예교수 영입한 분당제생병원… 경남에서 구급차 타고 오기도

문제는 심장 질환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이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심장 질환은 가슴 통증 외에도 피로·부종 등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난다. 이 때문에 의료 전문가조차도 심장 질환을 미처 떠올리지 못하고 엉뚱한 치료를 하는 경우가 있다.

대형 종합병원을 제외하면, 심장 질환의 진단·수술·재활을 한곳에서 할 수 있는 병원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권하는 수술법도 제각각이다. 이 때문에 다수 심장 질환자가 여러 병원을 옮겨 다닌다.

최근 분당제생병원 흉부외과를 찾는 환자가 증가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분당제생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3월 안혁 서울대 명예교수를 영입한 뒤 전국에서 환자가 찾아들고 있다. 실제로 경남 지역에서 구급차를 타고 이곳으로 온 심장병 환자도 있다.

안 교수는 1987년 국내 최초로 심장 판막 성형술에 성공한 심장 판막 및 대동맥 질환 분야 권위자다. 올 초 서울대병원에서 퇴임한 안 교수는 "다른 곳에서 수술받았으나 재수술이 필요한 환자들 요청을 외면하기 어려웠다. 직접 심장 수술을 했던 환자를 돌봐야 한다는 책임감도 있어 진료를 계속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분당제생병원 흉부외과는 주로 심근경색 및 부정맥 등 관상동맥 질환 치료에 중점을 두고 운영됐다. 지난해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시행한 관상동맥 우회술 적정성 평가에서 1등급을 받았다. 지난 2013년엔 최성실 흉부외과장이 고난도 기술이 필요한 '한쪽 가슴을 통한 흉강경으로 심방세동 환자 고주파 전극 절제술'을 국내 두 번째로 성공하기도 했다. 여기에, 안 교수가 본격적으로 진료를 시작하면서 분당제생병원은 관상동맥부터 대동맥, 판막 질환까지 모든 종류의 심장 수술이 가능한 병원으로 거듭난 것이다.

분당제생병원은 지난 2016년 심장호흡재활클리닉을 개설했다. 이곳에서 재활의학과·흉부외과·심장내과 전문의들의 협진(協診)으로 수술 전후 관리·운동 처방·영양 상담·스트레스 관리 등을 돕는다. 윤서연 재활의학과 전문의는 "수술 후 환자가 빨리 일상생활을 되찾으려면 회복 단계별로 맞춤 운동을 하고 영양을 고르게 섭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