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투숙 중인 세인트 레지스 호텔로 향하자는 말에 택시기사는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로드 블록(Road blocked)”을 반복하며 출발하지 않던 기사는 이내 어쩔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운전대를 잡고 호텔로 향했다.
미북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1일 싱가포르 곳곳의 도로는 막혀 있었다. 호텔로 향하는 곳곳을 경찰이 통제했고 정체가 빚어졌다. 라디오에서는 미(美)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의 오후 회담 소식이 흘러나왔다.
호텔로 향하는 길에는 검문소가 있었지만, 차를 타고 지나가는 현지인은 드물었다. 택시기사는 “‘트럼프와 또 다른 사람(the other guy)’의 회담이 열린다”며 “사람들이 이 길로 안 온다”고 했다.
세인트 레지스 호텔 입구에는 차가 들어설 수 없도록 도로 장애물이 설치됐다. 경찰은 금속 탐지기를 동원해 택시를 검문하고 트렁크까지 조사했지만, 승객을 따로 검문하지 않았다. 싱가포르 현지 관계자는 “중요한 회담을 앞뒀지만, 관광객까지 길거리에서 검문검색 할 수는 없지 않으냐”고 했다. 택시 안에서 경찰에게 말을 걸었지만, 경찰은 대답없이 손에 든 총만 만지작거렸다.
호텔 정문의 경비는 삼엄했다. 호텔 측은 정문 앞을 큰 화분으로 가로막아 둘렀고 멀리서도 호텔 안이 보이지 않도록 장막을 쳤다. 호텔 반대편 길가에도 1m가 넘는 바리케이드를 쳤다. 호텔 로비에는 싱가포르 경찰뿐 아니라 ‘김일성·김정일 배지’를 단 북측 수행원이 투숙객들을 검문 검색했다. 짧은 머리의 북측 수행원은 오가는 투숙객들을 아래위로 훑어봤다.
김정은은 이날 오전 세인트 레지스 호텔을 나서지 않았다. 정부관계자는 “북한에서 직접 공수한 식재료로 식사를 해결하며 내일 회담 관련 전략을 짜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등 일부 수행원은 호텔 내 레스토랑을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에서는 현송월 삼지연관현악 단장의 모습도 포착됐다. 김정은이 투숙한 호텔 앞에는 내외신 기자 100여명이 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