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사범으로 7년형 받아 감옥에 있다는 소리까지 들었어요."

9년 만에 신곡‘서두르지 말아요’를 발매한 싱어송라이터 조원선.

최근 서울 한남동에서 만난 싱어송라이터 조원선(46)이 웃으며 말했다. 그는 지난 6일 후배 가수 존박과 함께 '서두르지 말아요'란 듀엣곡을 발표했다. 2009년 발매한 첫 솔로 정규 1집 '스왈로우' 이후 9년 만의 자작곡. 그동안은 오로지 피처링 보컬로만 팬들을 만났다. "사실은 솔로 앨범에 모든 걸 소진했더니 쉬고 싶었어요. '롤러코스터'란 이름표도 생각보다 무거웠고요."

그가 보컬을 맡고 지누(베이스)·이상순(기타)과 함께했던 롤러코스터는 1999년 데뷔 후 '힘을 내요, 미스터 김', '어느 하루' 등을 히트시키며 한국에 애시드 재즈를 본격 도입한 밴드로 사랑받았다. 나른한 퇴폐미가 느껴지는 탁성(濁聲) 덕분에 롤러코스터는 조원선의 밴드로 기억돼왔다. "롤러코스터가 아닌 나는 아무것도 아닌 걸까, 혼자 만들고 채운 곡은 사랑해 주지 않으면 어쩌나 하고 겁이 났죠. 그래서 제 속의 찌꺼기 하나까지 몽땅 쥐어짜 냈더니 더 이상 쓸 이야기가 없더라고요."

솔로앨범 발표 후 3년간은 음악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일상에 집중했다. 이후 수많은 객원 보컬 러브콜을 받으며 '뮤지션들의 뮤즈'로 떠올랐다. "그간 한 피처링 곡만 묶어도 두 장짜리 앨범을 낼 수 있을 정도"라고 했다. "데뷔 때는 오히려 개성 없다고 지적받았는데 지금은 '뭘 불러도 조원선 곡이 된다, 독보적인 목소리'라고들 하죠. 감사한 말이지만 배우로 치면 메소드 연기를 못하는 것 같아 고민이에요."

조원선은 "이제 롤러코스터란 수식어가 평생 따라붙을 거란 걸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지금의 절 있게 해 준, 음악적으로도 참 아까운 팀이죠. 이젠 각자 세 갈래 다른 길을 가고 있어요. 억지로 붙일 수는 없고 다만 언젠가 자연스레 함께할 기회가 생겼으면 해요." '지누'는 작곡가로 활동하면서 '히치하이커'란 이름의 뮤지션으로도 이름을 알렸고, 이상순은 '이효리의 남편'으로 유명해졌다.

조원선은 그렇게 되찾은 여유를 이번 신곡에 담았다. 존박의 저음 위에 조원선 특유의 음색으로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하려는 남녀 간 미묘한 거리감을 노래한다. 그가 10여년 전 왼쪽 손목에 새긴 문신 'Butterfly in my stomach(내 배 속의 나비)'를 보여주며 말했다. "늘 음악적인 두근거림을 간직하고 싶단 뜻이에요. 이제 다시 하고 싶어진 말들을 열심히 곡에 담을 거예요. 고정관념에 고여있지 않은 뮤지션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