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세계적으로 논란이 된 사진이 있었습니다. 열차 사고로 큰 부상을 입은 캐나다 여성 앞에서 셀카를 찍고 있는 젊은 남성. 응급 구조가 한창인데, 그 젊은 사내는 나머지 한 손으로 V자를 그렸죠. 현장을 목격한 기자가 이탈리아 지역 일간지 리베르타에 사진을 실었습니다. 신문은 "젊은 남성은 자신의 영혼과 인격을 꺼버리고 '인터넷의 로봇'이 됐다'고 썼더군요.
6 년 전 이맘때입니다. 생전의 움베르토 에코와 어렵사리 인터뷰를 했습니다. 이탈리아의 이 저명한 소설가·철학자는 그날 아침 신문을 들어 보이며 한숨을 쉬더군요. 지면에는 전날 피렌체광장에서 벌어진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한 젊은 커플이 술에 취해서 키스를 하고 있었다는 것. 중인환시(衆人環視)의 광장인데도 급기야 섹스로까지 이어졌다는 것.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막아서거나 경찰에 신고한 것이 아니라 모두 휴대폰으로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었다고 했습니다. 다들 에로 영화 감독이라도, 포르노 출판업자라도 됐다고 생각한 걸까요.
에코는 디지털 애호가입니다. 1983년 개인용 컴퓨터가 처음 나왔을 때부터 적극 사용했고, 팔순이었던 인터뷰 당시에도 아이패드로 자료를 검색했죠. 하지만 그날 이런 어린 시절 에피소드를 들려주더군요. 열한 살 소년 에코를 피란 길로 떠나게 한 제2차 세계대전. 작은 시골 마을에도 어김없이 폭격은 따라왔고, 에코는 비극을 목격합니다. 인간의 죽음을 본 것도, 뇌수를 본 것도 그날이 처음이었다죠. 지금까지도 그 광경을 잊을 수 없다고 하더군요. 죽음·삶·슬픔이라는 그 거대한 경험. 에코는 "만약 그때 내 손에 휴대전화나 카메라가 있었다면 내 삶에 이렇게 오랫동안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습니다.
손가락으로 V를 완성한 젊은이도 본성이 악마는 아닐 겁니다. 하지만 점점 우리는 '공감'을 힘들어하는 종(種)으로 퇴화한다는 우려를 숨길 수가 없군요. '사피엔스'를 쓴 유발 하라리는 AI(인공지능)라는 종이 사피엔스를 대체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설득력 있게 예언합니다. 'V자 셀카'가 많아질수록 예언의 실현은 빨라지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