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밤 열린 볼리비아와의 평가전은 한국 월드컵 대표팀엔 절호의 기회였다. 국내에선 "올해 월드컵이 열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월드컵 분위기가 착 가라앉아 있는 상황이다. 볼리비아와의 평가전은 한국이 러시아에 입성하기 전 마지막 '공개 평가전'이었다. 한국은 11일 비공개로 세네갈과 마지막 평가전을 벌인 뒤 12일 월드컵 베이스캠프가 있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입성한다. 하지만 팬들에게 승리를 선사하며 열기를 끌어올리게 할 수 있었던 마지막 공개 평가전은 그 기대감을 높여주지 못했다. 졸전이었기 때문이다.
이날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FIFA 랭킹 57위)은 볼리비아(59위)와의 평가전(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티볼리스타디움)에서 고전 끝에 0대0 무승부를 기록했다. 주전 절반쯤이 빠진 '1.5군' 볼리비아를 상대로 한 골도 넣지 못했다.
신태용 감독은 이날 공격에 변화를 줬다. 지난 두 차례 국내 평가전에서 후보였던 김신욱이 선발 투톱으로 황희찬과 호흡을 맞췄다. 신예 이승우와 문선민이 양쪽 날개로 나란히 출격했다.
한국은 초반부터 공격의 주도권을 쥐고 상대를 밀어붙였다. 하지만 세밀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공격 지역에서의 패스는 번번이 부정확했고, 상대 수비수가 없는 자유로운 크로스 찬스에서도 공이 엉뚱한 곳으로 날아갔다. 월드컵 본선에서 만날 상대들보다 약한 볼리비아를 맞아 공격 연결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건 좋지 않은 신호다.
한국은 전반 크로스에 의한 김신욱의 헤딩 외엔 이렇다 할 득점 루트를 보여주지 못했다. 후반 들어서도 공격은 답답했다. 상대가 밀집 수비를 펼치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중앙 돌파를 시도하다 공이 자주 끊겼다. 신태용 감독은 후반 15분 이승우를 빼고 손흥민을 투입했다. 손흥민은 김신욱·황희찬 투톱을 받치는 왼쪽 날개로 뛰었다. 후반 23분 손흥민이 시원한 드리블 돌파 후 날린 오른발 슈팅이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이후엔 '에이스' 손흥민도 잘 보이지 않았다. 신 감독은 손흥민을 다시 투톱으로 올려 황희찬과 호흡을 맞추게 했지만, 결정적 장면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
경기 이틀 전 강도 높은 '파워 프로그램'을 소화한 탓인지 선수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몸이 무거워졌다. 하지만 월드컵을 코앞에 두고 변명이 될 순 없었다. 안정환 MBC 해설위원은 "선수들이 경기 템포를 올리지 못하고 계속 처진다"고 했다. 공격수들이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은 경기 내내 이어졌다. 경기장을 찾은 200여 교민도 안타까운 표정이었다.
신태용 감독은 전날 공언한 대로 포백 수비를 들고 나왔다. 수비수들은 무실점으로 경기를 끝냈지만 상대 전력을 감안할 때 합격점을 받을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한국은 월드컵 본선에서 볼리비아보다 훨씬 강한 상대들과 대결해야 한다. 한국과 스웨덴의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18일 오후 9시)은 이제 11일밖에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