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댓글 공작 사건을 수사할 특별검사에 검찰 출신 허익범 변호사가 임명됐다. 특검은 최장 90일을 수사할 수 있다. 그간 많은 의혹이 불거졌고 앞선 검경 수사가 부실했던 점을 감안하면 충분한 시간이라고 보기 어렵다. 사회 분위기도 박근혜 전 대통령 사건 특검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지지율 70% 정권의 치부를 파헤쳐야 할 특검이 맞닥뜨릴 어려움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무엇보다 증거가 대부분 인멸됐을 가능성이 있다. 핵심 관련자의 휴대폰조차 압수하지 않았다. 피의자들은 외국에 서버가 있는 프로그램으로 교신했다. 수사는 몇 달 동안 지지부진했다.

이 상황에서 특검이 지난해 대선 때 드루킹 일당의 댓글 공작 전모(全貌)를 파악하고, 그 일에 현 여권이 어떻게 개입했는지 규명하는 것은 지난한 과제다. 드루킹 일당이 대선 이전 2만건, 이후 7만건 등 기사 총 9만여 건에 매크로 등을 활용해 조직적 댓글 작업을 한 흔적이 경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어마어마한 양이다. 올 1월 17·18일 이틀간 이뤄진 부정 클릭만 따져도 210만회나 되는 걸 보면 전체 규모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일 가능성이 높다. 이 방대한 수사를 막강한 검찰·경찰 조직을 모두 놔두고 특검이 나서게 된 사실 자체가 심각한 일이다.

이번 사건에는 대통령 핵심 측근이 여럿 연루돼 있다. 드루킹은 대선 전 민주당 김경수 전 의원에게 사실상 매크로 사용을 승인받았고 시연(試演) 장면도 보여줬다고 했다. 백원우 청와대 민정비서관은 김 전 의원이 드루킹 부탁으로 오사카 총영사에 추천한 도모 변호사를 만났다. 송인배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은 드루킹과 김 전 의원을 연결해줬고 드루킹 측에서 200만원을 받았다. 청와대는 이를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언론이 보도하고 나서야 마지못해 공개했다. 경찰은 4개월 넘게 수사하는 동안 청와대 눈치를 살피며 수사기관이라기보다 김 전 의원 변호사 비슷하게 행동했다. 검경의 부실 수사와 청와대의 은폐 의혹도 특검이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

역대 특검 가운데 정권 초기 도입된 특검은 제대로 사건 실체를 밝혀내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는 그만큼 어렵다. 검경이 협조는커녕 방해하고 나올 가능성도 있다. 청와대는 특검 임명 시한(時限)인 어제 오후 6시가 다 돼서야 특검 인선을 발표했다. 특검에 대한 생각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어쩌면 역대 특검 중 최악 여건에서 수사해야 하는 특검일지도 모른다. 사명감을 갖고 최선을 다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