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이차이나’의 대표 메뉴 멘보샤. 각 잡힌 외형에서 요리사의 성격이 드러나고, 고르게 색이 난 식빵과 도톰한 새우 소에서 맛의 내공이 느껴진다.

튀기면 의자도 맛있다는 말은 취소되어야 한다. 의자를 튀기면 당연히 맛이 없다. 그리고 세상에 맛없는 튀김은 이른 퇴근을 눈치 주는 직장 상사의 수만큼 많다. 맛이 없는 행태와 이유도 제각각이다. 튀김옷을 너무 두껍게 입혀서 내용물을 찾아볼 수 없거나, 낮은 온도에서 튀겨 튀김옷이 기름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였거나, 혹은 너무 오래 튀겨 과자도 빵도 아닌 무언가가 된 경우도 있다. 이런 사태가 벌어지는 까닭으로 첫째는 튀김을 너무 쉽게 보기 때문이고, 둘째로 튀김 자체가 고급 기술이어서 그렇다. 서울 상수동 '맛이차이나'는 한국 대중이 중식당에서 요구하는 대부분의 요리가 모범생 수준이고 특히 튀김 요리는 단상 앞에 나가 상을 받아야 할 정도다.

홍대 앞은 밤이면 부킹을 시켜준다는 커다란 간판을 단 술집들과 그 앞에서 호객하는 아직 머리숱이 빼곡한 어린 남자들의 차지다. 그 거리에 가면 나는 최연장자가 된 듯한 묘한 기분을 느낀다. 홍대 앞에서 조금만 걸어 나오면 상수역이 나타난다. 어린 시절 노래 좀 부르고 춤 좀 췄던 이들이 주로 모여드는 상수역 어귀는 홍대 앞보다 높아진 연령대만큼 점잖은 가게들이 자리한다.

몇 년 전 '맛이차이나'는 정신 사납게 북적거리는 홍대 주차장 어귀 좁은 골목 2층에서 상수역 너머로 이사를 왔다. 커진 가게 덕분에 경상도 남자의 인내심을 시험하던 가게 앞의 긴 줄도 감당할 만한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음식 가짓수는 늘었다. 좁은 가게 안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의 눈초리를 피하며 짜장면과 깐소새우를 나눠 먹고 빠르게 일어나야 했던 시절은 옛날이다. 하지만 넉넉해진 좌석과 메뉴 때문에 식욕을 자제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맛이차이나 식당 내부.

그중 새로 메뉴에 올라간 '멘보샤'는 기독교의 일곱 가지 죄악 중 하나인 탐식(貪食)을 부르는 선악과요, 이 집의 튀김 수준을 보여주는 바로미터였다. 새우 다진 소를 식빵 사이에 넣고 튀긴 멘보샤는 근래 들어 다시 인기를 끌게 된 옛 중식 메뉴다. 곁들이는 소스 없이 빵과 새우, 소금만으로 맛을 내야 하기에 단순하고 간단하면서도 미묘한 차이에 그 수준이 결정된다. 마냥 바삭거리게 튀긴다고 능사는 아니다. 빵에 수분을 조금 남겨 빵의 쫀득한 식감을 살려야 한다. 자칫 비릴 수 있는 새우의 잡맛을 생강 등 향신료로 없애면서도 모난 맛이 나면 안 된다. 멘보샤의 핵심은 새우살과 흰 식빵의 은근한 단맛에 달렸기 때문이다. 이 맛을 살리기 위해서는 낮은 온도에서 은근하게 그러나 정확한 타이밍에 튀겨내야 한다. 자칫 오래 튀기면 눅눅한 잡맛이 끼고 식감도 상한다. 맛이차이나의 멘보샤는 갓 짠 우유처럼 고소했고 기름으로 튀긴 음식이라고 하기엔 무거움 하나 없이 가벼웠다. 또한 멘보샤의 반듯한 모양은 요리사의 성격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이 집의 탕수육은 멘보샤와는 대척점에 있는 요리다. 튀김이라는 장르는 같지만 다루는 재료도, 기술도 완전히 다르다. 낮은 온도에서 한 번 튀겨 두툼하게 자른 돼지고기 안심 속까지 익히는 것은 비슷하다. 하지만 손님에게 나가기 직전 매우 높은 온도에서 튀겨 튀김옷을 부풀어 오르게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튀김옷도 일반 밀가루 반죽이 아니라 물 녹말과 식용유 등을 섞어 가볍고 또 단단하게 만든다.

이 집의 튀김 요리가 화려한 공격수와 같다면 볶음 요리는 다재다능한 미드필더를 닮았다. 섬세한 칼솜씨로 밑 손질을 하고 강한 불에서 찰나에 볶아낸 팔보채의 해물과 채소는 아삭하고 부드러웠다. 그리고 일류 호텔과 견주어 부끄러움 없는 해산물의 질은 숨겨지지 않았다.

또 다른 대표 메뉴 깐풍기는 튀김과 볶음이 동시에 쓰인 요리다. 바삭한 튀김은 기본, 새콤달콤하면서도 매콤한 소스의 균형감에 포만감의 한계점을 쉽게 돌파했다. 그렇다고 식사를 빼놓을 수는 없는 법이다. 살짝살짝 아삭하게 씹히는 양파와 밑간이 잘된 돼지고기를 기름 먹은 춘장에 볶아낸 짜장면은 한국 사람이라면 9할은 거부하지 못할 맛이었다. 배추를 비롯한 채소와 해산물을 빠르게 볶아 맑게 국물을 낸 공부탕면은 흔한 짬뽕과 결을 달리했다. 배추의 은근한 단맛이 보통보다 얇은 면과 어우러져 낭만주의 시대 실내 사중주를 듣는 듯 나긋한 맛을 냈다. 무엇보다 간결하고 깔끔한 그 맛은 이 집 요리사의 담백하고 정확한 기술의 방증이었다.

이곳에 유행하는 과한 불맛은 없다. 손님을 단번에 사로잡겠다는 과욕도 없다. 넘치듯 못 먹을 양을 내놓는 무절제도 없다. 대신 매일매일 닦고 조이고 기름치며 생긴 기술이 있다. 무수한 반복이 낳은 정제된 치밀함과 자신감이 있다. 좋은 재료만 쓰겠다는 자존심도 있다. 이 모두가 모여 차이를 만든다. 그래서 이 집 이름이 '맛이차이나'다.

#맛이차이나: 탕수육(소) 1만4000원, 팔보채(소) 2만4000원, 멘보샤(4개) 1만2000원, 깐풍기(소) 1만6000원, 짜장면 7000원, 공부탕면 8500원, 서울 상수동, (02)322-26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