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 의혹을 받는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됨에 따라 하나은행은 일단 한시름 놓게됐다. 그러나 여전히 검찰의 영장 재청구 가능성이 남아 있는데다 기소 과정 등 순탄치않은 상황에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2일 서울서부지법은 검찰의 구속영장이 청구된 함 행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에서 영장 기각 결정을 내렸다. 함 행장은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진 2013~16년 하나은행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업무방해 및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30일 함 행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일단 법원의 판단을 지켜보겠다고 했지만, 내심 현직 행장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감이 컸다. 검찰 수사의 '칼 끝'이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까지 향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 영장 기각으로 검찰 수사가 윗선 개입 여부를 파헤치는 데에 힘을 잃게 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법원이 함 행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은 혐의에 다툴 여지가 있다는 판단이 따랐기 때문이다. 서울서부지법 곽형섭 영장전담판사는 "피의사실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고, 현재까지 확보된 증거자료와 피의자가 수사에 임하는 태도 등 모든 사정을 고려하면 피의자에 대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기각 사유를 보면 검찰이 함 행장에 대해 채용비리 의혹에 깊이 관여했다는 핵심 단서를 아직까지 찾아내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다고 하나은행이 안심할 수 만은 없는 상황이다. 검찰이 추가 증거 자료를 확보한 뒤 다시 함 행장에 대한 영장을 청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달 29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김 회장도 여전히 검찰의 수사 대상이다. 하나은행도 행장 구속 사태는 피했지만, 앞으로 검찰 수사가 어떻게 전개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조직내 혼란스러운 분위기도 계속될 전망이다. 함 행장에 대한 불구속 수사가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법원으로부터 무죄 판결을 받기 전까지는 최고경영자(CEO) 리스크에 대한 우려는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앞서 하나은행이 내부적으로 함 행장의 선처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쓰도록 해 직원 불만도 적지 않았다. 논란이 되자 하나은행은 탄원서를 내지 않았다.
하나은행 노조의 김 회장과 함 행장에 대한 자진사퇴 압박도 만만치않다. KEB하나은행 노조는 "은행장의 구속영장 청구소식을 들어야 하는 직원들은 참담함을 이루 말할 수 없다"며 "앞으로 기소되는 사태까지 발생하면 직원들이 쌓아온 하나은행의 신뢰와 브랜드가치가 짓밟힐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하나은행이 여러가지 경영상 불확실성을 해소하기까지는 상당기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올 1월 은행권 전반에 대한 채용비리 검사를 통해 2015~16년까지 하나은행이 특정학교 출신 지원자의 점수를 임의로 상향 조정하는 등의 방식으로 부정 채용한 의혹 11건을 적발했다.
최흥식 전 금감원장이 하나은행 채용비리 의혹에 연루된 이후 추가로 실시된 금감원 특별검사에서는 모두 32건의 의혹이 드러났다. 사외이사나 계열사 사장과 관련된 지원자를 사전에 공고하지 않은 전형으로 뽑거나 임원면접 점수를 높게 주고, 이른바 '성차별 채용' 등으로 부정을 저지른 의혹이다. 함 행장이 충청사업본부 대표(부행장) 시절 추천한 지원자가 합격 기준에 미달했음에도 임원 면접에 올라 최종 합격한 의혹 등도 포함돼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