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세계 1위는 시모나 할레프(27·루마니아)다. 테니스 선수치곤 초단신(167㎝)인 할레프는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빠른 발로 장신 선수들을 제압한다. 특유의 괴성을 내지르며 받을 수 없을 것 같은 공을 기어이 처리하며 관중의 열광적인 환호를 이끌어낸다. 테니스에 인생을 걸기로 한 할레프는 큰 가슴이 민첩성을 떨어뜨린다고 판단하고 18세였던 지난 2009년 가슴 축소 수술까지 받았다. 구설에 오를 일 없이 오로지 테니스에만 열중하는 할레프는 지난해 WTA가 선정한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에 뽑히기도 했다.

할레프가 지난 31일 프랑스 오픈 여자 단식 2회전에서 테일러 타운젠드를 상대로 경기하는 모습.

할레프는 투어에서 16차례 우승컵을 들어올리고, 상금으로만 2349만4071달러(약 252억8400만원)를 벌어들였다. 프로 테니스 선수라면 세계 1위를 꿈꾸기 마련.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할레프는 아직 만족할 수 없다. 언론과 팬들의 반응도 세계 1위인 그를 세계 최고로 여기지 않는 분위기다. 이유가 있다. 할레프의 경력에는 아직 메이저 대회 우승이 없다.

이대로라면 할레프는 디나라 사피나(러시아), 옐레나 얀코비치(세르비아)와 같은 그룹에 들어가 테니스 역사에서 두고두고 회자될 수 있다. 사피나와 얀코비치는 모두 세계 1위에 올랐지만, 메이저 대회에서 한 번도 우승하지 못한 채 사실상 커리어가 끝났다.

할레프는 사피나, 얀코비치가 아니라 캐럴라인 보즈니아키(덴마크·세계 2위)가 걸어간 길을 밟길 원한다. '무관의 여왕'으로 불렸던 보즈니아키는 세계 1위에 오른 지 6년 만인 지난 1월 호주오픈 여자 단식에서 첫 메이저 우승을 달성했다. 당시 보즈니아키는 "내 커리어가 완벽해졌다. 꿈이 이뤄졌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보즈니아키가 그토록 꿈꿨던 메이저 우승을 달성할 때 결승전 상대가 할레프였다. 할레프는 눈앞에서 메이저 우승컵을 놓친 뒤 눈물을 흘렸다.

할레프는 프랑스 오픈에서 2014년과 2017년 준우승에 머물렀다. 지난해에는 2014년 프로에 데뷔해 한 차례도 투어 우승이 없었던 신예 옐레나 오스타펜코(라트비아)에게 우승컵을 내줬다. 그럼에도 할레프는 가장 좋아하는 도시로 프랑스 파리를, 가장 선호하는 대회로 프랑스 오픈을 꼽았다. 할레프는 "대회 때만 오는 게 아니라 휴가도 파리에서 보냈다"며 "나는 파리의 거리를 걷는 걸 정말 좋아한다"고 말했다.

세계 1위답게 할레프는 순항 중이다. 할레프는 지난달 31일 여자 단식 2회전에서 테일러 타운젠드(미국·72위)를 2대0(6-3 6-1)으로 완파하고 3회전(32강)에 진출했다. 할레프는 "정말 열심히 훈련했다. (준우승을 차지한) 지난해에 비해 멘털이 더 강해졌고, 더 좋은 선수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