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페미니스트|론다 리트 지음|메건 워커 그림|손영인 옮김|봄나무|32쪽|1만2000원

'남자답게' '여자답게'.

한동안 우리 아이들은 이 명제를 따르며 쑥쑥 자랐다. 프래니의 아빠도 예외는 아니었다. 남자인 자신은 어릴 때부터 잔디 깎기를 했고, 여동생은 빨래로 집안일을 도왔다. "그게 남자와 여자의 일"이라는 어른들 말씀을 프래니 아빠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다짐했다. 페미니스트가 되기로.

"여자아이들도 남자아이들이 하는 걸 모두 할 수 있어." 아빠는 작업대 위에 공구를 늘어놓고 분류하기를 좋아하는 딸 프래니에게 도구 이름과 사용법을 알려줬다. 얼마 지나지 않아 프래니는 혼자서 자전거를 분해한 뒤 다시 조립할 수 있게 됐다. 주말에는 딸을 데리고 낚시를 하러 간다. 딸은 알아서 미끼를 꿰고, 물고기가 없을 땐 진흙탕을 누비며 개구리를 잡는다. 엄마도 그런 프래니를 지지해준다.

페미니즘이 화두인 요즘 아빠와 딸의 돈독한 유대 관계를 경쾌하게 보여주면서 부모와 아이가 바람직한 성 역할을 짚어볼 수 있게 도와주는 책. 페미니스트가 되는 방법은 의외로 어렵지 않다. 남자아이들이 누리는 권리와 기회를 여자아이도 똑같이 누리게 해주는 것. 또 있다. 여성 위인들의 삶을 들려주고, 중요하다고 여기는 가치를 자신 있게 내세울 수 있도록 용기를 주는 것. 그림책이지만 나이에 상관없이 읽어볼 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