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은 지난 4월 17일 송인배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 연루 사실을 주범인 '드루킹' 김동원(49)씨 진술을 통해 파악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 사건이 언론에 처음 알려지고(4월 13일), 김경수 경남지사 후보가 관계된 사실이 확인된(4월 14일) 직후였다. 경찰은 송 비서관이 드루킹과 비밀 메신저로 대화를 나눈 사실도 확인했다. 만약 둘 사이의 '비밀 메신저' 대화가 압수된 드루킹 휴대전화에서 확인됐다면, 드루킹 진술 이전에 경찰이 확인했을 가능성도 있다. 사건이 알려진 초기에 경찰은 현 정부 실세가 관련돼 있음을 파악한 것이다.
그러나 서울경찰청은 수사의 핵심 사안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 이주민 서울청장은 28일 "송인배 이름만 나왔다고 경찰청장에게 보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경찰 내부 규정이나 그동안의 관례에 비춰보면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경찰청장은 경찰 수사를 총괄·지휘 감독한다. 범죄수사규칙 14조 2항에 따르면 '드루킹 사건'처럼 고위 공직자가 연루된 비위 사건이나 사회적 이목이 쏠린 큰 사건의 경우엔 지방경찰청이 경찰청장에게 보고해야 한다. 이주민 서울청장이 이철성 경찰청장에게 송 비서관에 대해 보고하지 않은 것은 보고·지휘체계 위반이라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어떤 사건이 경찰청장에게 보고할 정도의 중요 사건인지에 대한 해석은 수사팀마다 다를 수 있지만, '드루킹 사건'처럼 국민적 관심이 크고, 청와대 핵심 인사가 연루된 사실을 보고하지 않은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경찰과 청와대는 지난 5월 20일 한 매체의 보도 전까지 송 비서관 관련 사실을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이철성 경찰청장도 언론 보도를 보고 이를 알게 됐다고 했다. 이주민 서울청장이 송 비서관에 대한 진술을 확보하고도 한 달 가까이 지휘부인 이 경찰청장에게 보고하지 않은 것이다. 이는 서울경찰청의 이전 대응과 사뭇 다르다.
실제 서울경찰청은 이 사건이 처음 알려진 후 이 경찰청장에게 주요 사안을 보고했다. 지난 4월 초 압수한 드루킹의 휴대전화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김경수 후보와 나눈 대화방을 확인했다. 이는 즉시 이 경찰청장에게 보고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수사 과정에서 김 후보 이외에 송 비서관까지 나오면서 청와대로까지 사건이 번지자, 서울경찰청이 당황한 것 같다"고 했다.
청와대가 송 비서관 연루 사실을 안 시점은 지난달 16일이다. 청와대는 "송 비서관이 '4월16일쯤' 자진 신고를 했다"고 밝혔다. 드루킹의 경찰 진술 하루 전이다. 실제 청와대 설명대로 송 비서관 자백이 4월16일 있었는지, 드루킹의 진술 사실을 알고 했는지는 특검 수사에서 정확히 확인돼야 할 부분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만약 서울경찰청 수사팀이 드루킹으로부터 송 비서관에 대한 진술을 확보한 뒤 이를 청와대에 알렸다면 피의사실 공표죄와 공무상 비밀누설죄에 해당한다"고 했다. 이주민 서울청장은 "청와대에 따로 보고한 것은 없다"고 했다. 서정욱 변호사는 "향후 드루킹 특검이 출범한다면, 이번 사건을 둘러싼 경찰과 청와대의 관계에 대해서도 수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