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요즘 추진하고 있는 대입 제도 개편의 적용을 받게 되는 중3 학생의 부모를 최근 만났다. 이 학부모는 대입을 '공론조사'로 정하기로 한 결정 자체가 이해하기 힘들다고 했다. 교육부는 중3 대상 2022학년도 대입 제도를 시민 400명이 토론하고 숙의(熟議)해 정해주면 그대로 따르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이 학부모는 "아무 대표성도 없는 시민 400명이 왜 우리 아이 미래가 걸린 대입 제도를 결정하는지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고 있다"며 "그런 결정을 왜 우리가 따라야 하느냐"고 했다. 시민 400명이 국민의 대표로 선출된 '국회의원'도 아니고, 정책에 실패하면 책임을 물을 '정부'도 아니지 않으냐는 것이다.
국가교육회의 공론화위가 발표한 공론조사 절차를 보면, 학부모 심정이 이해된다. 공론화위는 앞으로 여론조사 업체에 의뢰해 국민 2만명에게 무작위로 전화해 대입 제도에 대한 의견과 시민참여단 참가 의사를 묻는다. 참가하겠다는 사람 중 지역·성별·나이를 적절히 배분해 400명을 뽑는다. 이렇게 뽑힌 400명이 두 차례 얼굴을 맞댄다. 한 번은 당일치기, 한 번은 1박 2일이다. 교육부는 이들에게 '적절한 수시·정시 비율' '수능 평가 방법(전 과목 절대평가 전환 여부 등)', '학생 선발 시기 통합 여부' 등 세 가지를 반드시 결정해달라고 했다.
하나하나 고교 교사나 대학교수조차 입시 업무를 오래 하지 않으면 판단하기 어려운 내용인데, 시민 400명이 두 차례 만나 뚝딱 결정하라는 것이다.
교육부나 국가교육회의는 "신고리 원전 때도 성공적으로 한 만큼, 이번에도 자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신고리 원전과 달리 대입 제도는 당장 중3 학생 46만명 개개인의 인생을 결정하는 매우 민감하고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문제다. 이 결정에 따라 학생들은 올해 하반기에 고교를 골라야 하고, 대입 진학 유불리를 계산해 이사를 가야 할지도 모른다. '건설 재개 여부'만 물었던 신고리와 결정할 쟁점이 여러 개인 대입 개편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안 맞는다는 의견도 많다.
기존 여론 조사의 문제점을 보완한 '공론조사'를 처음 고안한 사람은 미국 스탠퍼드대 제임스 피시킨 교수다. 피시킨 교수의 연구조교를 하며 공론조사를 함께 진행했던 한규섭 서울대 교수는 "지금 대입 개편 공론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는 '대입 제도'라는 중요한 결정을 공론조사 방식으로 정하는 것 자체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너무 부족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공론조사 결과에 학부모들이 납득할 수 있을까. 이대로라면 공론조사가 끝나도 걱정이다. '대입 제도를 공론조사로 결정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공론화부터 해야 하는 것 아닌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