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제 관련 제도 가운데 세계 1~2위를 다투는 분야가 있다. 윗세대가 일군 부(富)를 아랫세대에게 물려줄 때, 정부가 부과하는 상속세이다. 한국의 상속세율은 최고 50%인데 대주주의 경영권 승계에 대해선 할증(30%)이 붙어 최고 65%이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6%)의 배보다 높고 일본·대만을 능가하는 세계 1위다. 이 규정을 지킨다면 창업한 할아버지가 1000억원어치의 지분을 남겼을 때, 아들은 세금(650억원) 납부 후 350억원어치를 넘겨받는다. 기업 규모가 계속 동일하다고 가정할 경우, 손자의 수중에는 상속세(227억원)를 낸 다음 123억원어치의 지분만 남는다. 3대 만에 100%이던 지분이 10%대가 되는 것이다.
대표적인 '불로(不勞) 소득'인 상속에 대한 세금 부과는 정당하다. 하지만 과도한 상속세는 폐해가 크다. 무엇보다 대기업은 물론 경쟁력 있는 명문 중견·중소기업들의 명맥이 끊어진다. 최근 1년 새 상속세 부담 때문에 경영권을 팔고 사라진 우량 기업들이 이를 보여준다. 쓰리세븐(손톱깎이 세계 1위), 농우바이오(국내 1위 종자기술), 유니더스(국내 최대 콘돔 제조), 락앤락(밀폐용기)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일부 기업들이 비(非)상장사를 세워 계열사 일감을 몰아주거나 적정 가격 이상의 대가 지급, 비자금 축적을 하는 것도 결국은 고율(高率)의 상속세 때문이다. 기업을 키울수록 공제 혜택이 줄고 경영권 승계가 어렵다 보니, 야성적 기업가 정신도 퇴조한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독일 같은 100 ~200년짜리 장수 기업이니 '히든 챔피언'(세계시장 점유율이 높은 중소기업) 운운은 사치스러운 얘기일 뿐이다. 오히려 "대(代)가 내려갈수록 지분이 급감해 4~5대째가 되면 절로 국유 기업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공감을 얻고 있다.
창업자 가족이 영원히 해당 기업의 소유와 경영을 꼭 맡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소득세·재산세 같은 세금을 이미 냈고 평생 노력해 일군 사유재산을 상속세란 명목으로 국가가 60% 넘게 다시 거둬가는 것은 '이중(二重) 과세'이자 '약탈적 행위'에 가깝다.
세계적으로도 스웨덴·캐나다·호주·홍콩·싱가포르 등은 상속세를 폐지했다. 사회주의 국가인 러시아·중국에도 상속세가 없다. 미국과 일본도 최근 상속세 폐지나 감면 확대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는 상속세 완화를 통해 기업가들이 승계·상속 걱정을 떨치고 경쟁력 강화에 매진토록 하는 게 일자리를 포함한 국부 창출에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우리도 대중심리에 영합하는 위선적 수사(修辭)를 버리고 상속세의 실체적 문제점을 직시하고 용기 있게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상속세 문제는 대기업이나 소수 부자만의 관심사가 아니라 한국 경제의 미래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상속세율을 최소 OECD 평균 수준으로 낮출 필요가 있다. 독일처럼 가업 승계 후 고용을 유지하거나 늘릴 경우, 상속세를 대폭 할인 또는 면제해 주는 방안을 확대해 볼 만하다. 재단 출연이나 특정 용도로 기부할 경우 면세 폭을 늘려 재산의 사회적 환원 촉진도 가능할 것이다.
"'부의 대물림'은 정의롭지 못하다"는 발상은 '이웃이 잘되면 배 아프다'는 농경시대 심리의 현대적 반복일 뿐이다. 사회주의 국가가 아니라면 정당하게 일군 부의 이전(移轉)은 장려하는 게 마땅하다. 사유재산 상속이란 인간의 본능적 욕구와 이기심을 거스르는 과도한 상속세가 장기화한다면, 자유시장 경제 체제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