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미·북 정상회담을 전면 취소한 데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영향이 특히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미·북 협상 국면에서 볼턴은 회담 실무를 지휘해온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밀려났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다시 존재감을 과시했다.

24일(현지 시각) 백악관 관계자들의 전언을 종합하면 볼턴 보좌관은 전날 오후 10시쯤 트럼프 대통령에게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담화문을 보고했다.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을 '아둔한 얼뜨기'로 지칭하며 회담 취소 가능성을 거론한 담화문이었다. 볼턴 보좌관은 이때 트럼프 대통령에게 "위협적인 언어는 좋지 않은 신호"라며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결국 트럼프가 고민하다 볼턴의 의견을 수용해 결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볼턴은 지난 22일 한·미 정상 단독회담 때도 미측 참모들 중 유일하게 오벌오피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지켜보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우리 외교부 당국자는 "볼턴이 말한 리비아 모델은 '초단기 핵 반출·폐기'에 방점을 두고 있고, 트럼프도 같은 생각"이라고 했다.

앞서 일부 언론에서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이 주장하는 '리비아식 비핵화'와 거리를 두는 발언을 한 뒤, "볼턴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취지의 보도를 했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미·북 회담 취소를 결심한 이유로 북한의 '최근 성명'을 직접 거론하면서 볼턴이 타격을 받았을 것이란 관측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