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부네 커피숍에서는 순댓국 냄새가 난다. 향긋한 커피 내음이 감돌아야 할 카페에서 구텁지근한 돼지 잡내가 진동하는 이유는, 형부네 가게와 이웃한 곳에 국물이 끝내주기로 유명한 순댓국집이 있기 때문이다. 한때는 고린내를 폴폴 풍겨대는 그 집을 눈엣가시로 여기기도 했었지만 이제는 그런 순댓국집이 고맙기만 하다. 순댓국으로 배를 두둑하게 채운 아저씨들이 그대로 카페에 몰려와 매출을 팍팍 올려주는 까닭이다. 순댓국집에서 형부네 가게로 넘어오는 아저씨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밝다. 맛있는 걸 먹고 나서 또 맛있는 걸 먹을 생각을 하니 몹시 기뻐서 그러는 것 같다. 하지만 가끔, 주눅이 든 얼굴로 가게를 찾는 아저씨도 있다. 형부를 대신해 내가 카페를 지키던 어느 날에 만난 아저씨가 바로 그랬다.

손님이 한차례 휘몰아치고 빠져나간 한산한 오후, 뽀글뽀글 파마머리에 알록달록 등산복을 입은 아저씨가 카페에 들어섰다. 그는 주춤거리며 카운터로 다가와 내게 말했다. "아니, 내가 요 옆 순댓국집 단골인데 사람들이 하도 이 집이 맛있다고 그래서…." 말끝을 흐리며 메뉴판을 살피던 아저씨는 선뜻 주문을 하지 못하고 입술만 달싹거렸다. 외계어를 방불케 하는 커피 이름에 적잖이 당황했으리라. 나는 아저씨의 고민을 덜어 드리기 위해 몇 가지 메뉴를 추천했고 아저씨는 커피 아이스크림을 택하셨다. "아이스크림에 커피를 부어서 숟가락으로 떠드시면 돼요." 아저씨의 두툼한 손이 나의 설명을 따라 어색하게 움직였다. 작게 한 입, 크게 두 입, 후루룩후루룩, 짭짭. 순식간에 잔을 비워버린 아저씨는 괜스레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다가, 아무 볼거리 없는 창밖을 내다보다가, 이제 더는 할 일이 없다는 듯 일어나 가게를 나서려다 말고 나에게 돌아와 물었다. "이거 이름이 뭐랬죠?" 나는 대답했다. "아포가토예요."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아저씨가 다시 가게에 오셨다. 이번엔 혼자가 아닌 다른 아저씨와 함께였다. 그는 눈썹을 크게 들썩이며 나를 알은체했다. 그러고는 신이 난 목소리로 말했다. "그, 뭐지? 저번에 내가 먹었던 거. 아보… 뭐더라? 그래, 아보카. 아보카 두 개 주세요." 개떡 같은 주문을 찰떡같이 알아듣고서 아포가토를 만드는 나의 등 뒤에서 아저씨들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아보카가 뭐야?" "있어, 그런 게." "아, 뭔데!" "일단 한번 드셔 보시라니까!" 나는 정성을 듬뿍 담은 아포가토를 아저씨들께 대령했다. 아저씨가 아이스크림에 커피를 붓고 숟가락으로 그걸 떠먹자 또 다른 아저씨가 한 박자 늦게 그 모습을 따라 했다. 두 아저씨가 서로를 마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아저씨는 우리 카페의 단골이 되었다. 재미있는 건 데리고 오는 아저씨의 수가 매번 불어난다는 점이다. 남산만 한 아저씨들이 좁다란 소파에 끼어 앉아 아포가토를 먹는 모습을 보면 웃겨 죽겠다가도 돌연 뭉클해진다. 나는 더 많은 아저씨가 카페에 왔으면 한다. 맛난 것도 먹고 편히 쉬었다 가기도 하면 얼마나 좋아. 어렵게 생각할 것 하나도 없다. 씁쓸한 걸 좋아하면 아메리카노, 달콤한 걸 좋아하면 바닐라 라테, 저 아저씨처럼 커피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면 아포가토를 주문하시라. 그까짓 커피 아이스크림이 맛있어 봤자 얼마나 맛있겠느냐 따져 물으신다면 아, 글쎄 일단 한번 드셔 보시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