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9주기 추도식이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렸다. 추도식에는 추미애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60여 명이 참석했다. 박원순·오거돈·이용섭·김경수·김영록 등 지방선거 후보도 선거운동을 접고 대거 집결했다. "민주당의 6·13 지방선거 출정식을 방불케 한다"는 말이 나왔다. 야당에선 민주평화당 조배숙,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참석했지만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초청장을 못 받았다"고 했다.

노무현재단은 이번 추도식 주제를 '평화가 온다'로 정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팬 카페는 봉하마을 입구에 '남북 정상회담을 환영합니다'라고 쓴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추도식장 대형 스크린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촛불 시위 모습이 나왔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에 나설 때 했던 육성이 흘러나왔다. 추도식에선 애국가에 이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전원이 기립해 제창했다. 가수 이승철씨가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를 추모곡으로 불렀다.

분향하는 국회의장 - 정세균(사진 가운데) 국회의장이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9주기 추도식에서 분향하고 있다. 이날 추도식에는 추미애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60여 명과 박원순·김경수·오거돈·김영록 등 지방선거 여당 후보들이 참석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조화를 보냈다.

이해찬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이번 지방선거를 잘하고 북·미 회담도 잘 이뤄지면 기차를 타고 (평양을 거쳐) 유럽까지 갈 수 있다"며 "오늘 이 자리가 민주 진영이 전진하고 평화가 오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암시하며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에서 돌아오시는 길인데, 다른 두 명의 대통령은 어디 계신지 모르겠다"고 하자 식장에서 큰 웃음이 터져 나왔다. 구치소에 수감 중인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처음 법정에 섰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추도사에서 "노 전 대통령이 부산·경남에서 민주당 이름으로 국회의원 10명만 나와도 지역주의가 해소됐다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며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지역주의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음을 확인했고, 그 물결은 더 거세질 것"이라고 했다.

유족 대표로 단상에 오른 노건호씨는 "온 국민이 신중하고 결연한 의지로 북측을 설득해나가야 한다"며 "내년 10주기엔 북한도 함께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지난해 추도식에 삭발한 채 나타나 "사회에 불만 있는 게 아니고 탈모 때문"이라고 했던 노씨는 이날 "지난 1년간 다사다난했는데, 먼저 머리가 다시 났다"며 "(탈모인들은) 용기를 잃지 마십시오"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경남지사 후보가 추도식에 참석해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모습.

'드루킹 사건'에 연루된 김경수 경남지사 후보가 행사장에 등장하자 인파가 몰리며 "김경수! 김경수!"를 연호했다. "경남도지사 가자!" "드루킹은 신경도 쓰지 마세요"라는 외침도 나왔다. 김 후보는 "제가 (오늘) 주인공이 아니다"면서도 "고맙다"며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김 후보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노 전 대통령을 대장님이라 불렀다"며 "대장님, 저도 요새 들어 여러 군데 두들겨 맞았습니다. 어둠에 맞서는 제 근육이 더 단단해졌습니다"라고 썼다. 그는 "대통령님을 공격했던 그분들은 새로운 시대가 오는 것이 두려운 훼방꾼에 불과하다"고도 했다. 김 후보 외에 박원순(서울)·오거돈(부산)·이용섭(광주)·김영록(전남) 등 시·도지사 후보와 조희연(서울)·이재정(경기) 등 교육감 후보, 서울 송파을 국회의원 재선거에 나선 최재성 후보의 모습도 보였다. 추도식장 한쪽에선 '□□를 위해 6월 13일에 투표합니다'고 적힌 팻말의 빈칸을 채워넣는 행사도 열렸다. 한 참석자는 홍준표 한국당 대표가 보낸 조화에 붙어 있던 홍 대표의 명패를 부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