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억원대 뇌물수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에 날을 세우는 모습을 내비쳤다.

이 전 대통령은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정계선) 심리로 열린 첫 공판이 끝난 뒤 법정을 나서던 도중 방청석을 바라보며 “내가 오늘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아네, 나도 모르는…”이라고 했다. 검찰이 제시한 증거들이 믿을만 한 게 못 된다는 취지로 읽힌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을 마친 후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재판장이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하느냐”고 묻자 “네,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발언기회를 얻은 뒤 10여분에 걸쳐 공소사실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직접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자신도 아마 속으로 인정할 것이다. 무리한 기소가 됐다”, “공소사실은 충격이고 모욕”이라고 했다.

검찰은 “다스의 실소유주인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지난달 9일 이 전 대통령을 구속기소했다. 다스 비자금 조성·사용에 따른 횡령(349억원)과 탈세(31억원), 다스 미국 소송비용을 삼성이 대신 부담한 68억원(뇌물) 등에 대한 형사책임이 이 전 대통령 몫이라는 것이다.

이날 이 전 대통령은 “(다스는) 1985년 제 형님과 처남이 만들었다”면서 “30여년간 회사 성장 과정에서 소유·경영 관련 어떤 다툼도 없던 회사에 국가가 개입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다”고 했다. 실소유주 의혹을 부인한 것이다.

검찰은 그러나 채동영 전 다스 경리팀장과 이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은 회장의 운전기사였던 김종백씨 등 복수의 다스 관계자들의 진술을 내세워 이 전 대통령을 압박했다. 이들은 “이 전 대통령이 다스 실권을 장악하고 인사를 좌지우지 하는 등 중요 의사결정을 내렸다”는 취지로 검찰에서 진술했다.

한편 이 전 대통령은 법정을 나가기 전 방청석 앞쪽에 앉은 이재오 자유한국당 상임고문 등 자신의 측근들과 짧게 대화를 나눈 뒤 법정을 떠났다. 대화 내용에 대해 이 고문은 “이 전 대통령에게 건강을 물었고, 이 전 대통령이 좋지 않다고 답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