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별세한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지주사 설립, 계열사 분리 등을 통해 오늘날 LG그룹의 지배구조를 만들었다. 대다수 국내 기업들은 1997년말 외환위기가 발생하자 경영위기를 맞기 시작했다. 구 회장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지금까지의 그룹 경영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겠다고 판단했고, 그 결과물로 지주회사 체제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엔 대다수 기업들이 순환출자(A →B→C→A 식의 연결 고리를 통해 기업을 지배하는 구조)를 통해 그룹을 지배하고 있었다. 외국과 달리 지주회사 제도가 금지돼 있었기 때문이다.

통합 지주회사가 출범한 2003년 3월 1일 구본무(오른쪽) LG그룹 회장이 LG전자 구미공장을 방문해 설명을 듣고 있다.

LG는 2000년 7월 4일 ‘21세기형 경영체제로의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가 외환위기 후 지주회사 설립을 허용하자 국내 대기업 중 최초로 지주회사로의 전환 계획을 밝힌 것이다. 당시 LG는 2003년까지 지주회사 설립을 목표로 세웠고, 그때까지 전자·통신 계열은 LG전자가, 화학·에너지 계열은 LG화학이 지주회사 기능을 하도록 했다.

화학부문 지주회사인 LGCI와 전자부문 지주회사인 LGEI가 2003년 2월 28일 합병되면서 통합 지주회사인 ㈜LG가 그해 3월 1일 공식 출범했다. LG는 ‘지주회사 → 자회사’로 출자구조를 단순화하면서 자회사는 사업에 전념하도록 하고 지주회사는 사업 구성을 관리하는 지배구조를 갖추게 됐다.

또 지주회사 출범을 계기로 ‘LG’ 브랜드를 그룹의 핵심자산으로 키우기 시작했다. LG 브랜드를 도용하거나 오용하는 사례를 찾아내 개선하고 미국 뉴욕에 ‘LG’ 광고판을 설치하는 등 해외 시장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구 회장은 2003년 7월 열린 임원 세미나에서 “이제 LG를 첨단과 고급 이미지를 추구하는 최고의 브랜드로 발전시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뉴욕 맨해튼에 설치한 LED 옥외광고판. LG는 지주회사 출범 후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여러 노력을 펼쳤다.

구 회장은 지주회사 전환과 함께 LS그룹, GS그룹과 계열분리도 진행했다. LG는 2002년 4월 3일 “LG전선, 극동도시가스, LG칼텍스가스, LG니꼬동제련 등 4개 회사를 2003년 말가지 구태회, 구평회, 구두회 LG 창업고문 일가로 계열분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구태회, 구평회, 구두회 전 회장은 구인회 창업주의 동생들이다.

LG전선과 LG니꼬동제련은 2003년 3월 27일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삼성동 아셈타워로 본사를 이전하고 계열사 간 지분을 정리해 LG전선그룹으로 거듭났다. 2004년 출범 원년을 맞은 LG전선그룹은 새롭게 출발하자는 취지에서 2005년부터 새 브랜드를 사용하기로 하고 2005년 3월 현재의 LS그룹으로 명칭을 바꿨다.

LG는 2004년 4월 13일 이사회를 열고 사업 연관성이 적은 전자·화학 중심의 제조업 부문과 홈쇼핑·유통·정유 등 에너지 및 정유 중심의 서비스업 부문을 분리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1947년 설립 후 57년간 이어져 온 구씨 가문과 허씨 가문이 동업경영을 청산하고 분할경영 체제를 구축한다는 의미였다.

1997년에 열린 LG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구본무(왼쪽 두번째) 회장과 허창수(맨 왼쪽) 회장이 함께 기념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LG는 2004년 5월 28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LG칼텍스정유, LG유통, LG홈쇼핑 등 서비스업 부문의 출자를 담당할 신설법인 GS홀딩스를 설립하는 안건을 승인했다. GS홀딩스는 2004년 7월 1일 설립된 뒤 다음날 창립 이사회를 열고 최고경영인으로 허창수 현 GS 회장(당시 LG건설 회장)을 선임했다. 이후 2005년 1월 27일 GS홀딩스와 13개 계열사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LG와의 분리를 승인 받아 공식적으로 GS그룹이 됐다.

구씨와 허씨의 동업경영은 1946년 구인회 창업주의 사돈이었던 만석꾼 허만정 공이 사업자금을 투자하며 자신의 셋째 아들(허준구 LG건설 명예회장)의 경영 수업을 의뢰하면서 시작됐다. 구씨와 허씨의 인연은 3대, 57년 만에 유종의 미를 거뒀다. 구 회장은 2005년 2월 15일 GS그룹의 새로운 출발을 축하하며 평소 그림을 좋아하는 허창수 회장에게 대형 그림을 선물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