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태영호 전 주(駐)영국 북한대사관 공사의 국회 강연과 한·미 연합 훈련을 문제 삼아 남북 고위급회담을 연기한 가운데 일부 여당 의원들이 17일 태 전 공사 강연을 "대북 적대 행위"라고 비난했다. 이날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 청원 코너에는 태 전 공사를 북송(北送)하라는 청원 글이 게시됐다.

국회 외교통일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경협 의원은 이날 외통위 회의에서 "(남북 간) 신뢰 문제가 담보되지 않으면 비핵화 검증도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그런 부분에서 우리가 걱정스러운 것들이 (있는데) 대북 전단 살포 문제, 국회에서 태 전 공사가 기자회견 하면서 북한에 대해서 적대적 행위를 내질렀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대북 전단 살포 등을 예로 들며 남북 합의를 깨려는 '악마의 속삭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정부와 국회가 스스로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민주당 이석현 의원도 "평화가 모든 국민의 바람이고, 살얼음 걷듯이 신중하게 해야 한다. 북한을 자극하지 말아야 한다"며 "이 시국에서 (태 전 공사를) 국회에 불러서 이런 걸 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이 의원은 "풍선 몇 개 날리고 그런 거 보면 참 철없다"며 북한 인권 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도 비판했다. 이에 대해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지적하신 사항들에 대해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태 전 공사는 지난 14일 자유한국당 소속인 심재철 국회부의장 초청으로 국회에서 강연했다. 이와 별도로 국회에서 회고록 출간 기자회견도 했다. 태 전 공사는 당시 "북한이 비핵화 검증이 핵심인 강제 사찰을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태 전 공사는 애초 다른 곳에서 기자회견을 하려고 했지만 태 전 공사의 안전을 우려한 정부 경호팀의 제안으로 국회에서 진행했다고 한다. 북한 외무성 부국장을 지낸 태 전 공사는 영국에 근무하던 2016년 가족과 함께 망명했다.

여당 의원들의 이런 주장에 야당 의원들은 "북한 인권, 북핵 위협에 대해 입을 닫으라는 말이냐"고 반발했다. 한국당 이주영 의원은 "태 전 공사는 김정은 정권의 본질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한국당 원유철 의원은 "태 전 공사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진정한 북한 비핵화를 바라는 마음에서 신변 위협을 감수하며 강연에 나선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국민 청원 홈페이지에도 '그(태 전 공사)를 그대로 둘 것인가' '당장 제재하라'는 등 태 전 공사를 비판하는 글이 이날 오후까지 20여 개 올라왔다.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청원 내용과 비슷한 글이 퍼졌다. 또 북한을 인권·복지국가로 묘사하는 등 종북(從北) 논란에 휘말려 강제 출국당했던 재미교포 신은미씨는 태 전 공사에 대해 '미성년자 강간에 공금 횡령죄로 북 검찰 소환을 앞두고 도주한 사람'이라고 페이스북에 썼다. 신씨 주장은 태 전 공사 망명 당시 북한 정부가 폈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