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 9750m 상공에서 조종석 유리창이 터져 부(副)기장의 몸이 창밖으로 절반이나 빨려 나간 상황에서 비행기를 비상 착륙시켜 탑승객 전원의 목숨을 구한 중국 조종사가 기적의 주인공으로 극찬받고 있다. 15일 인민일보 인터넷판 등에 따르면, 중국 쓰촨(四川)항공 에어버스 A319여객기는 14일 오전 6시 26분 충칭 공항을 이륙해 티베트 라싸를 향해 출발했다. 사고가 난 것은 이륙 후 약 한 시간 만인 오전 7시 20분. '펑' 소리와 함께 조종실 오른쪽 부기장 쪽 방풍 유리가 산산조각이 났다. 류촨젠(劉傳健·사진) 기장 옆에 앉은 부기장의 상반신이 눈 깜짝할 새 창밖으로 빨려 나갔다.

영하 40도 외기가 밀어닥치며 조종실은 냉동실로 변했다. 설상가상 일부 장비는 작동되지 않았다. 탑승객들의 머리 위에선 산소마스크가 내려왔다. 가장 가까운 쓰촨 청두공항까지는 150㎞. 자동운항 기능이 마비된 상태에서 류 기장은 얼어붙은 손으로 조종간을 완력으로 밀고 당기며 비행기의 고도를 2000m 넘게 낮추고 속도를 늦췄다.

류 기장은 사고 발생 20여분 만인 7시 42분에 청두 쌍류공항에 비행기를 착륙시켰다. 부기장은 얼굴과 등을 다쳤지만 안전벨트 덕분에 목숨을 구했다. 탑승객 128명 중 큰 부상자는 없었다. 류 기장은 "100번 이상 오갔던 항로라 당황하지 않았다"며 "날씨가 좋았던 게 천운"이라고 말했다.

중국 네티즌들은 그에게 '중국의 설리 기장' 칭호를 안겨줬다. 설리 기장은 2009년 새떼에 부딪혀 양쪽 엔진이 꺼진 US항공 여객기를 뉴욕 허드슨 강 위에 불시착시켜 탑승자 155명 전원을 생존시킨 주인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