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금융그룹 HSBC가 세계 최초로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무역금융 거래를 성사시켰다.

HSBC는 14일 성명을 통해 미국 곡물 거래회사 카길의 신용장(거래은행이 수입업자의 요청에 따라 무역 거래에 필요한 지불을 보증하는 문서)을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처리했으며, 여기에 쓰인 플랫폼을 상업적으로 도입할 준비가 완료됐다고 밝혔다.

카길은 지난주 아르헨티나산 콩을 말레이시아로 수출하기 위해 신용장을 개설했다. HSBC는 이 신용장을 처리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 컨소시엄 중 하나인 R3에서 개발한 ‘코다 플랫폼’을 사용했다. 거래 상대방인 네덜란드 은행 ING도 해당 플랫폼을 채택했다.

영국 런던에 있는 금융그룹 HSBC 본사 건물 입구.

HSBC는 이번 거래의 특징이 모든 거래 당사자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연결한 데 있다고 강조했다. 수입업자와 수출업자, 거래 은행 모두가 거래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해 효율성을 높였다는 것이다. 통상 신용장을 처리하는 데에는 5~10일이 소요된다. HSBC는 카길 거래가 24시간 안에 처리됐다고 밝혔다.

비벡 라마찬드란 HSBC 상업금융혁신성장 부문 대표는 성명에서 “지금은 구매자와 판매자 간 신용장 거래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종이 작업이 이뤄진다”며 “이번 거래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금융 거래 절차가 단순해지고 빨라지며 투명성과 안전성도 높아진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글로벌 무역금융은 9조달러 규모에 이르는 거대한 시장이다. HSBC는 지난해 이 부문에서 25억2000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라마찬드란 대표는 “다음 단계는 보다 많은 기업들이 이 플랫폼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은행, 항만, 무역상 등 금융거래의 모든 당사자들이 향후 5년 간 블록체인 무역금융을 위한 공동 플랫폼 등 기준을 채택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