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사창가 분위기' 술집 논란
"성매매 연상돼 불쾌하다" 민원에
강남구청 "인테리어 바꾸라" 경고
업주 "정식영업 전인데...억울하다"

서울 강남에 '사창가'를 연상시키는 술집이 문을 열 예정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은 소셜미디어(SNS)에서 시작됐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술집 '계곡'의 내부 인테리어 사진이 온라인 공간에서 빠르게 확산한 것. 업주가 정식 영업을 시작하기 전, 인테리어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는데 이것을 두고 "홍등가(紅燈街)를 떠올리게 한다" "사창가 콘셉트 술집은 너무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술집 ‘계곡’이 성매매 업소를 떠올리게 한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실제 이 가게 내부 조명은 붉은 계통 일색이다. 입구에는 'Not a whorehouse, we a kindly bar(매음굴이 아닙니다. 이곳은 술집입니다.)’라는 글귀가 붙어 있다. 문법도 틀렸다. 과거 ‘기지촌’의 엉터리 영어를 흉내낸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반어적으로 ‘사창가 콘셉트’를 알린 것이다.

논란의 핵심은 가게 한 켠에 마련된 ‘쇼룸’이다. 이곳에는 높은 의자 3개가 놓여 있고 역시나 붉은 조명이 켜져 있다. 과거 ‘정육점 불빛’이라고 불리던 조명을 연상시킨다. 여성이 이곳에 앉아 있는 모습이 과거 청량리 인근의 ‘588’, 용산역 인근 등 사창가 분위기가 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사진으로 가게 디자인을 접한 시민들은 “최근 성(性) 관련 이슈로 사람들이 예민한데, 홍등가 콘셉트는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일부는 “홍등가를 상징하는 듯한 빨간 통유리가 불쾌감을 준다” “악의적인 홍등가 이미지로 여성 인권을 낮춘다”며 강남구청에 민원을 넣기도 했다. 아직 정식 영업을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구청 홈페이지에는 관련 민원이 5건이 올라와 있다. 주민들도 반발한다. 강남구 주민 최모(54)씨는 “성매매를 당당하게 콘셉트로 삼는 가게가 있다는 것이 당황스럽다”며 “주변에 학교도 있는데…”라고 했다.

주민 불만이 커지자 강남구청 위생과 담당자는 지난 9일 ‘계곡’을 방문해 “사회적 통념에 어긋나기 때문에 홍등가를 연상시키는 인테리어는 적합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런 구청의 경고에 강제성은 없다. 구청 관계자는 “일반음식점 허가를 받고 성매매한다면 문제지만, 인테리어가 성매매 업소와 유사하다는 것 자체는 위법이 아니다”라며 “민원이 들어와도 구청 입장에서는 딱히 강제력을 발휘할 수 없어서 구두 경고에 그친 것”이라고 말했다.

“구청에서 시민들을 불쾌하게 하는 가게에 대해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내용의 민원이 강남구청 민원창구와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다.

‘계곡’ 측은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이들은 강남구청에 “아직 영업도 하기 전으로 인테리어가 완성되면 홍등가 느낌이 지금보다는 덜할 것”이라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한다. 논란이 된 ‘쇼룸’에 대해서도 “그곳은 손님 대기 공간도, ‘포토존’도 아니다”라며 “상품을 진열하는 공간으로 쓸 예정이었는데, 임시 오픈 중에 지인들이 그곳에서 찍은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가면서 문제가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업주 진모(31)씨는 “성매매를 조장하는 목적이 아닌데 구청에서는 ‘무조건 인테리어를 개선하라’는 식”이라며 “단속이 예상되는 만큼 조명을 달리하는 식으로 인테리어를 바꾸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