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질 즈음엔 그가 좋은 이유가 백만스물하나쯤 된다. 마음이란 그러나 얄팍한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 그 백만스물 한가지 이유 때문에 그 사람이 싫어지기도 하니까. 10일 개봉한 영화 '루비 스팍스'(감독 조너선 데이턴·발레리 페리스)는 내 옆 사람의 뒤꿈치조차 미워보일 때, 누구나 속으로 펼쳐봤을 상상을 그려보인다.
젊은 나이에 일찍 성공한 소설가 캘빈(폴 다노)은 로맨틱한 소설을 쓰며 혼자 상상연애를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소설 속 주인공 루비(조 카잔)가 실제로 눈앞에 나타난다.
연애는 등산과도 비슷하다. 누군가에게 처음 빠져들 땐 정상까지도 단숨에 오를 수 있을 것만 같지만, 정점을 찍고 나면 시나브로 피로가 찾아든다. 누군가를 알아간다는 건 100m를 단숨에 질주하는 달리기 같은 것이 아닌 것이다. 마라톤을 뛰면서 어느 한 코스도 건너뛸 수 없듯, 영화는 그렇게 관계를 맺는 과정이 무엇인지 얘기한다.
결말이 눈에 보이는 로맨스 영화지만 감칠맛이 없진 않다. 전형적인 남자들의 이상형처럼 나오던 루비가 점차 입체적으로 변해가는 과정 또한 흥미롭다. 15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