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 시인

그때는 진심이었으나 훗날 거짓으로 판명되는 것들이 있다. 나는 그것을 '진심의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진심에 거짓의 그림자가 일렁이기 시작하면, 낭떠러지에 매달린 듯 아뜩해진다. 진심의 운명은 폭풍보다 가차 없고 침묵보다 가혹하다.

거짓으로 판명된 첫 번째 진심은 내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것이 시(詩)라는 고백이다. 스무 살 언저리였을 것이다. 사랑에 빠진 사람이 그러하듯, 나는 시라는 종교를 지키는 최후의 사제가 되리라 다짐했었다. 시만 바라보면서 살고 싶었고 그럴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세상에는 시와 시 아닌 것만 존재했고, 그것은 선과 악의 다른 얼굴처럼 보였다. 물론 지금 그 생각은 철회했지만, 그때만큼은 진심이었다.

두 번째는 시 쓰는 순간에만 심장이 박동한다는 환상. 새로운 언어를 발굴해냈을 때의 설렘을 사랑했다. 세상의 모서리 같은 것들을 발견해냈을 때 어떠했던가! 바깥 모서리의 첨예함과 안쪽 모서리의 사유야말로 역사와 문화를 견인해가는 동력이라고 혼자 방점을 찍어보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은 모서리들을 무디게 했다. 순도 100%였던 진심은 벌써 절반 이상 희석되고 말았다.

세 번째는 좋은 시집 한 권 내는 것으로 족하다는 다짐이었다. 그러나 벌써 두 권의 시집을 내놓았고, 그마저 '좋은'에 가깝다 말하기 어렵다. '좋은'에 대한 기준은 어제와 달리 조금씩 높아지는 중이다. 그러므로 나는 내일의 '좋은'에는 영원히 도달하지 못할 것이다. 어제 써 놓은 시가 오늘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것처럼.

이제는 인정해야 할 것이다. 진심은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같다는 것을. 열망으로 가득했던 바람이 그치자 나뭇잎은 거짓말처럼 고요해지고 말았다. 시간은 진심을 거짓으로 몰아간다. 진심을 지키는 일은 거짓의 낭떠러지에 손톱을 박아 넣고 버티는 것과 같다. 기를 쓰고 시를 쓰는 일이 나에게는 꼭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