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난 26년동안 비핵화 합의를 수차례 해놓고서 단 한번도 사찰에 응하지 않았다. ‘의심 시설에 언제든 가도 된다.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는 정도가 돼야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
“북한이 핵 시설을 모두 신고하지 않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지만, 최대한 정확하고 완벽한 리스트를 받아내야 한다.” (신기욱 미국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 연구소장)
“북한의 비핵화 과정은 리비아, 이라크의 경우보다 훨씬 더 방대하고 어렵다. 핵 물질을 생산한 수준을 넘어 무기를 수십개씩 만든 상황이기 때문이다.”(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PVID)’라는 이전보다 강력한 비핵화 개념을 내세웠다. 이와 관련 일부 외신은 “북한이 미북 정상회담을 위한 사전협의에서 미국이 요구하는 방법으로 핵을 전면 폐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아직 경계심을 늦출 수 없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평가다. 전문가들은 비핵화가 성공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선 북한이 핵 시설을 전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자발적으로 핵 시설을 누락하지 않고 신고해야할 뿐 아니라 의혹 시설이 있다면 사찰단이 언제 어디든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 北 비핵화, 가장 규모 크고 어려운 사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최근 "북한 비핵화 방식으로 리비아식 해법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서도 "북한은 리비아와 분명히 다른 점이 있다. 리비아의 핵은 북한보다 훨씬 소규모였다"고 말했다. 핵개발 초기 단계였던 리비아와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한 북한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북한 비핵화가 현실이 된다면 지금까지 국제사회가 나섰던 비핵화 사례들 중 가장 큰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 "리비아나 이라크는 핵 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조차 못했다"며 "반면 북한은 추정되는 핵무기 숫자만 최소 20개에서 60개에 달한다"고 말했다.
북한 비핵화는 규모 뿐 아니라 과정도 가장 난이도가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플루토늄 생산에는 원자로 시설이 필수적이어서 시설을 쉽게 파악할 수 있지만 고농축우라늄은 지하에서 은밀하게 제조가 가능하다"며 "원심분리기 수천개를 가동하더라도 200~300평 정도의 비교적 작은 공간만 있으면 충분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1993년 남아공을 사찰했을 때 놀이공원 내 간이 건물 지하에서 숨겨진 원심분리기를 발견하기도 했다"며 "북한이 우라늄 농축 시설을 숨기려고 하면 이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北 자진신고 뿐 아니라 전면 공개 필요
비핵화 과정은 핵 동결, 핵 프로그램 신고와 사찰·검증, 핵 물질과 핵 시설의 봉인·폐쇄, 핵 폐기 과정을 거쳐야 한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합의는 제네바 합의, 9·19 공동성명 등 수차례 있었지만 북한이 매번 사찰 및 검증 단계에서 이를 거부하면서 좌초됐다.
사찰 및 검증은 북한의 신고를 기반으로 이뤄진다. 신기욱 미국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 연구소장은 "북한으로부터 최대한 정확하고 완벽한 리스트를 받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 교수가 2010년 북한을 방문했을 때 농축 우라늄 핵 시설이 매우 현대적이어서 깜짝 놀랐다고 했다"며 "그 이후 과연 북한이 몇 개의 핵폭탄을 제조했고 이를 어디에 보관하고 있는지는 알수가 없다. 외부에서 다 파악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신고 뿐 아니라 사찰·검증 과정에서도 북한이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국제사회가 원하는 곳이면 언제 어느곳이든 사찰할수 있게끔 진정성을 가져야 한다"며 "특히 핵 무기의 경우 군사기지에 있을 가능성이 높은데, 민감한 시설이라 보여줄수 없다는 식으로 나와서는 안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