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서발 고속철(SRT) 운영사인 SR 이승호 사장이 최근 정부에 사의를 표했다고 한다. 임기 절반도 채우지 않은 상태다. "SR과 코레일 경쟁이 산업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해온 이 사장이 물러나려는 것은 정부로부터 압박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동안 대통령 공약 사항인 SR과 코레일 통합을 강조해왔다. 운동권 출신 코레일 사장은 취임하자마자 불법 파업으로 해고된 노조원을 복직시키더니 철도 경쟁 체제를 없애겠다고 했다.

재작년 말 출범한 SR로 국내 철도 경쟁 체제가 도입됐다. SR이 요금을 10% 싸게 책정하면 코레일은 운임의 5~10%를 마일리지로 적립해주는 제도를 도입했다. 승객에게 이익과 편의가 돌아가니 열차 이용객이 하루 4만명이나 더 늘었다. 이렇게 경쟁 효과가 살아나려는 순간 두 회사를 다시 합쳐 예전 철밥통 시절로 돌아가자고 한다.

정부와 철도 노조는 두 회사의 통합 이유로 '공공성 강화'를 든다. 정말 그런가. 경쟁 체제 도입으로 지난해 국민이 아낀 고속열차 요금이 713억원이었다. SR이 '선로 사용료'를 많이 내면서 철도시설공단은 지난해 처음으로 이자 비용을 초과하는 영업이득을 거뒀다. 지난해 코레일은 적자였지만 SR은 흑자였다. 두 회사 경영 성적표를 단순 비교할 수는 없어도 SR의 '메기 효과'는 분명히 나타나고 있었다. 요금 싸지고, 서비스 개선되고, 적자 줄어 세금을 아낄 수 있다면 그게 '공공성 강화' 아닌가. 노조는 말로는 '공공성'을 내세우지만 실은 경쟁이 싫었을 것이다.

후임 SR 사장은 정부 말 잘 듣는 사람이 임명될 것이다. 코레일이 SR의 지분 41%를 가지고 있어 후임 사장 추천권을 갖고 있다. 지난달 코레일과 SR 통합 연구 용역을 발주한 정부는 앞으로 통합 작업에 더 속도를 낼 것이다. 이대로 가면 철도 경쟁 체제는 2년 남짓 시행 후 올해 말 끝날지 모른다. 철도 경쟁 원칙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세워졌는데 이 정부에서 사라지는 것이다. 그렇게 '공론화(公論化)'를 좋아하는 이 정부가 이 문제만큼은 국민 뜻을 묻지 않고 노조 뜻대로 하겠다고 한다. 아무리 자기들 지지 세력이고, 친(親)노조 정부라 하지만 노조 철밥통 지켜주겠다고 이렇게 막무가내로 밀어붙여도 되는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