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극비 방미(訪美) 때문에 청와대에서 3~4일 작은 소동이 있었다. 정 실장이 3일 오전부터 연차휴가를 내고 자리를 비우자 "방미한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4일 오전까지 이를 부인하다가 관련 보도가 나온 이후에야 "우리도 진짜 몰랐다"며 정 실장 방미를 확인했다.

청와대가 안보실장의 동선을 감추는 것은 전에도 있었던 일이다. 그런데 이번 소동의 발단은 3일 문재인 대통령과 5부 요인의 오찬이었다. 문 대통령이 모두 발언에서 "좀 있다 안보실장이…"라고 하자 주변에서 "안보실장 안 왔습니다"라고 했고 문 대통령은 "그럼 (남관표) 안보실 2차장이 설명할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정 실장 방미설이 돌았다. 그러나 청와대는 "피곤해서 휴가를 냈다. 믿어달라"고 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4일 오전 정 실장 방미 여부를 다시 묻는 기자들에게 "매일 아침 물어보는데, 스토커냐"며 부인했다.

하지만 2시간 후 청와대는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논의하자는 미국 국가안보회의(NSC)의 요청으로 정 실장이 비공개 방미했다"며 "미국의 요청으로 사전에 공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남북 정상회담과 미·북 정상회담 사이에 정 실장이 미국에 갈 것이란 예측은 이미 오래전부터 나왔다. 청와대가 정 실장 방미를 그렇게까지 숨길 이유도 마땅히 없었다. 이 때문에 청와대 안팎에서는 미·북 정상회담 장소를 두고 판문점을 선호하는 청와대와, 제3 국가를 추진했던 백악관 참모들, 그리고 판문점을 공개 언급한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 교통정리가 필요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여권 관계자는 "의도한 것이라면 대통령부터 참모들까지 역할 분담을 아주 잘한 것"이라며 "아니라면 이렇게까지 방미를 숨겨야 할 중대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북·미 회담 장소 문제라면 작은 문제 같은데 그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북·미 회담이 북핵을 위한 본격적 라운드라면 조금 더 큰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겠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