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민(왼쪽) 전 대한항공 전무와 언니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부하 직원에 갑질을 해 검경의 조사를 받았다.

법과 블레스유(bless you·축복하다)의 합성어. 직역하면 법의 축복을 받았다는 뜻이 되지만, 속뜻은 법이 아니었으면 상대를 가만히 두지 않았을 것이라는 뜻. 누군가가 화를 불러올 만한 행동을 할 때 흔히 나오는 '법 때문에 참는다'는 말과 같은 뜻이다.

지난 1일 '물컵 갑질'로 물의를 일으킨 조현민(35) 전 대한항공 전무가 경찰에 나와 조사를 받았다. 조씨는 지난 3월 16일 회의에서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유리컵을 던지고 종이컵에 든 매실 음료를 참석자들에게 뿌린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조씨의 갑질 후 한진그룹 총수 일가에 대한 연이은 폭로가 이어지며 그룹 압수수색과 경찰 조사 등 사건은 일파만파 번졌다. 여러 갑질과 불법을 목도했던 일부 한진그룹 직원들이 자조 섞인 말처럼 썼다는 게 '법블레스유'였다고 한다. 언젠가 법이 해결해줄 것이니 조금만 참자는 기대인 동시에 좌절이기도 했다. 이들은 최근 조씨 사태가 불거지자 기자들과 함께 폭로를 위한 단체 채팅방을 만들었다. 이 방에선 총수 일가의 불법·비위 행위를 폭로하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2015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땅콩 회항 사건으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을 때 온통 떠받들기만 받고 자란 재벌 3, 4세대의 오만함이 지적됐다. 경영자로서의 자질에 앞서 심각한 인격 문제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시간이 얼마 흐르지 않아 조현민 전 전무의 일이 터진 것은 우연이 아니다. 법은 한진 총수 일가의 각종 불법에 어떤 답을 내놓을까. 법 때문에 참는다는 말에는 투명하고 엄격한 법 집행이 전제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