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경기 화성시 서산면 D도장(塗裝)공장. “악”하는 비명이 울렸다. 인근 함바식당 주인 전모(65)씨가 이곳을 지나다가 정화조 바깥에 튀어나온 뼛조각들을 발견한 것. 위생업체가 정화조에서 건진 옷가지를 바깥에 내놨는데, 여기에 12점의 사람 뼈가 딸려 나왔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뼛조각을 맞춰보니 한 사람 것이었다. 사망 추정시간은 2년 전. 고인(故人)은 주변 엘리베이터 부품 공장에 다니던 필리핀 사람 마이클(가명·34)씨였다.

지난 3일 경기 화성시 서산면 D도장(塗裝)공장 정화조에서 발견된 필리핀인 마이클(가명)의 옷가지(왼쪽). 오른쪽은 사건 피해자 마이클.

국립과학수사원이 밝힌 사인(死因)은 두개골 골절. 경기 화성경찰서는 누군가가 둔기 등으로 머리 왼쪽 부분을 때린 뒤, 정화조에 시신을 유기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에 따르면 마이클은 2014년 8월 9일 비전문취업비자(E9)로 한국에 입국했다. 이후 화성 엘리베이터 부품 공장에 취직해서 일했다. 주변은 그에 대해 “특징이 없던 친구” “성실하게 일을 잘했던 필리핀 사람”으로 기억했다.

성실했던 마이클이 회사에 나오지 않은 시점은 2016년 1월. 회사는 그를 ‘무단 퇴사자’로 간주했다. 마이클이 근무하던 무렵, 같은 공장에는 모두 5명의 필리핀 동료가 있었다. 용의자는 사망자를 제외한 필리핀 동료 4명으로 압축됐다.

이들은 당시 화성시 송산면에 자리한 아파트서 합숙하고 있었다. 4명 가운데 3명은 이미 필리핀으로 귀국한 상태. 한국에 남아 있던 나머지 1명은 같은 공장에서 그대로 일하고 있었다. 그는 “마이클과 별로 친한 편은 아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연락이 끊겼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필리핀으로 떠난 용의자 3명의 신원을 파악, 인터넷 전화(페이스북 통화)로 조사했다. 이들은 모두 살해 추정시점 당시 알리바이를 주장했다. 그런데 이 가운데 한 명인 카마초(가명)가 거짓 진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형사들이 파악한 당일 행적(行跡)과 카마초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았던 것이다.

마이클 시신이 유기된 정화조.

또 카마초는 마이클이 사라지자 주변에 "다른 공장에 취직했다"고 거짓말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인터폴에 카마초에 대한 적색수배(red notice)를 요청할 예정이다.
경찰은 '계획적 범행'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용의자 카마초가 범행 이후 필리핀으로 도주했기 때문이다. 살해 동기에 대해서는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다. 경찰은 탐문과정에서 카마초가 동성애자라는 진술을 확보했다.

기자와 만난 필리핀 동료 직원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카마초가 게이예요. 카마초 혼자 마이클을 좋아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마이클은 게이가 아니라 이성애자였습니다. 그런 문제가 범죄로 이어진 게 아닐지…"

공범(共犯)이 있었는지는 수사의 또 다른 갈래다. 용의자가 일했던 공장에서 50m 떨어진 정화조에 시신 유기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시신 운반에 도움을 줬을 '제3의 인물'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경찰은 실제 D공장에서 일하는 필리핀 직원에 대해 출국정지를 걸어놓은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계획 범행으로 볼만한 단서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며 "카마초가 성적(性的) 동기로 살해를 저질렀는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