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30일 "(국회는)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이 정한 남북합의서 체결 비준 공포 절차를 조속히 밟아달라"고 밝혔다. '판문점 선언'이 나온 지 사흘 만에 국회 비준 동의를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야당과 일부 법률 전문가는 "북한은 우리 헌법상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조약 체결 비준 동의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남북 정상회담 이후 첫 공식 일정인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를 열고 "판문점 선언에 대한 국회의 동의 여부가 또다시 새로운 정쟁 거리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 비준은 정치적 절차가 아니라 법률적 절차임을 명심해달라"며 "북·미 정상회담 일정을 감안하면서 국회의 초당적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잘 협의해달라"고 했다.

남북 합의서에 대한 국회 비준 동의는 문 대통령의 오래된 소신이다. 문 대통령은 과거 노무현 정부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일할 당시인 2007년 10·4 선언 때에도 국회 동의를 받자고 주장했었다. 작년 취임 직후 참석한 '6·15 남북공동선언' 17주년 기념식과 '10·4선언' 10주년 기념식에서도 "남북 합의를 준수하고 법제화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선 남북 합의문은 모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었다.

趙 통일, 정상회담 설명하러 한국당으로 - 남북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30일 서울 영등포구 자유한국당사를 찾은 조명균(왼쪽) 통일부 장관이 홍준표(오른쪽)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바른미래당으로 - 조명균(가운데) 통일부 장관이 30일 오후 바른미래당을 방문, 유승민(오른쪽) 공동대표가 지켜보는 가운데 박주선(왼쪽) 공동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판문점 선언을 보면 남북 경협 등의 재정적 부담을 요하는 내용이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 동의를 받을 필요가 있다는 게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국가 예산 등이 들어가는 부분만 따로 떼서 비준을 받는 것에 대해서는 "분리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다만 "지금 시점에 정쟁을 유발한다면 한 템포 숙이고 가자는 것"이라며 "북·미 정상회담 일정을 감안해 초당적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시점 등을 잘 협의해달라, 고민해달라는 취지"라고 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판문점 선언 법제화에 가세했다. 민주당은 당초 5월 임시국회 소집에 대해 "방탄 국회"라며 반대했지만 이날은 긍정적으로 돌아섰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이날 야당 원내대표들과 만난 뒤 "판문점 회담을 국회가 뒷받침하는 일들을 국회에서 처리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일각에선 여당이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을 위해 야당의 '드루킹 사건' 특검 요구를 수용하지 않겠냐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어차피 시간은 우리 편 아니겠냐"며 "북·미 정상회담까지 평화 모드가 계속되면 여론 때문이라도 한국당 등 야당이 비준에 찬성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특검 요구를 굳이 왜 받겠냐"고 했다.

하지만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 동의에 대한 정치권과 헌법 전문가 의견은 분분하다.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국회 비준을 요구하고 있다. 이 법률 21조에는 "국회는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남북합의서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남북합의서의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고 돼 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헌법을 근거로 "북한은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조약의 체결 비준 동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헌법상 국가 간 조약만이 비준 대상인데, 우리나라 헌법은 북한을 독립된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 바른미래당도 "불법인지 아닌지 헌법과 법률에 따라 판단하자"고 했다.

허영 경희대 석좌교수는 "헌법재판소는 1993년에 북한을 이미 동반자인 동시에 반국가단체 성격도 함께 갖고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며 "지금으로선 헌재가 쟁의 심판 과정을 거쳐 (북한이 국가인지 아닌지) 다시 판단하기 전까지 규정하기 힘들고 복잡한 문제"라고 했다. 장영수 고려대 교수는 "북한이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비준 절차를 못 거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