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5월 중순으로 예정됐던 한·미 정상회담이 미·북 정상회담 시기에 맞춰 앞당겨질 가능성이 있다고 30일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8일(현지 시각) "북한과의 회동이 3~4주 내에 열릴 것"이라고 밝히면서 6월 초로 예상됐던 미·북 정상회담은 5월 중으로 앞당겨졌기 때문이다. 또 미·북 회담에서 북한 비핵화 논의에 성과가 있을 경우 남·북·미 정상회담을 6월 중 여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개최) 장소가 좁혀진 만큼 미·북 회담 일정이 조금 빨리 나오지 않겠느냐"며 "한·미 정상회담이 5월 중순에 열리면 (미·북 회담과) 너무 바싹 붙을 수 있다"고 했다. "미·북 회담 일정을 보고 연동해서 한·미 정상회담 날짜를 정할 것"이란 얘기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8일 통화를 하고 미·북 회담의 시기와 장소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나온 대화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미·북 정상회담에 이어 남·북·미 정상회담을 6월 중에 조속히 개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7일 '판문점 선언'에서 종전(終戰) 선언과 평화 체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 회담' 추진에 합의했다. 문 대통령이 가을에 평양에서 2차 남북 정상회담을 갖기로 한 것도 종전 선언 논의를 위한 남·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정부 소식통은 "미·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성과가 얼마나 나는지에 따라 남·북·미 회담 개최 여부 및 시기가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은 5월부터 미·중·일·러 정상들과 숨 가쁘게 연쇄 정상회담을 갖게 된다. 남북 정상회담 후속 조치와 미·북 정상회담 조율을 위한 릴레이 정상 외교의 성격이 짙다. 문 대통령은 5월 초순 일본에서 열리는 한·일·중 정상회의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와 만난다. 회담 일정이 빡빡해 한·일·중 회의 직후 문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여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한·러 정상회담도 푸틴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국빈 방문을 요청하면서 공식화됐다. 문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한·중 정상회담은 아직 시기가 정해지지 않았다. 시 주석이 남북 정상회담 결과와 후속 조치 등을 논의하기 위해 북한을 곧 방문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한반도 4강 정상들을 잇따라 만나는 것이 미·북 정상회담 후 비핵화 논의를 위한 6자 회담 개최를 고려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비핵화 문제는 기본적으로 미·북 간 논의하는 것으로 틀이 잡힌 상태"라며 "따로 6자 회담을 추진하는 것은 아직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또 남북은 개성 공동 연락사무소 설치, 이산가족 상봉, 2018아시안게임 단일팀 구성 등을 위한 추가 실무 회담을 이른 시일 내 개최할 예정이다. 북한은 또 5월 중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위해 한·미 전문가와 언론인들을 초청할 예정이다. 핵실험장 폐쇄 현장엔 국제원자력기구(IAEA) 조사단이 참석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판문점 선언'에서 올가을 평양을 방문하기로 한 데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9~11월 중 (문 대통령이) 방문해 정상회담을 하는 것으로 논의가 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