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초록빛을 다해 서커스 구경 온 새처럼 나는 말한다 --- 아니다 나는 새 보는 곡예사처럼 나는 말한다 ---

밥 먹고 있는 사람 밥 많이 먹어요 놀고 있는 사람 잘 놀아요 걷고 있는 사람 어서 걸어요 ……………

말한다 거지꼴인 꿈을 다해 세상 초록빛을 다해

ㅡ정현종(1939~ )

만사 신기합니다. 펄펄 살아 있습니다. 고개 갸웃대는 새를 본 적 있는지요. 만사 호기심 어린 표정이지요. 서커스의 곡예를 본 적 있는지요. 감탄이지요. 실은 기적이 따로 있는 게 아니고 살아 있는 모든 것이 기적이지요.

내가 여기 있는 게, 보고 싶은 사람이 있는 게 다 기적이지요. 평범한 일상 모두가 신록 앞에서 다시 보니 기적입니다. 저 말줄임표 안에다 더 넣어볼까요?

'뛰는 사람 잘 뛰어요'… '구두 닦는 사람 빛나게 닦아요'… '그리움 많은 사람 더 많이 그리워해요'….

독자 참여형 시입니다. 이해가 잘 안 되는 구절이 있다고요? 긍정적인 시 같은데 왜 ‘거지꼴인 꿈을 다해’ 말한다고 했느냐고요? 되물을까요? ‘거지꼴인 꿈’, 발음해 보세요. 너무나 아름다운 꿈인걸요? 꿈같은 것마저 아무것도 아닌 충만의 세계죠. 분명 이 시 이 계절에 쓰였을 거예요. 정원의 햇살과 그늘마저도 신록인, 더 다가갈 데 없는 세계와의 만남을 새처럼 노래했네요. 곧 오월이에요! ‘저 나무 그늘에 서 있는 사람 오래 서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