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마찰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미국 대표단이 내주 방중(訪中)할 예정인 가운데 중국이 외자가 경영권을 갖는 증권사 설립을 허용하고 외자의 보험중개회사 사업범위 제한을 폐지하는 조치를 잇따라 단행했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위)가 지난 28일 시행에 들어갔다고 발표한 ‘외상투자 증권공사 관리방법’의 핵심은 증권사에 대한 외자의 지분 한도를 49%에서 51%로 확대한 것이다. 2012년 10월 증권사에 대한 외자 지분한도를 3분의 1에서 49%로 높인 이후 6년만의 개방 확대 조치로 외자가 경영권을 확보한다는 의미가 있다.
작년말 기준 중국내 131개 증권사 가운데 외자계 합작증권사는 13개사다. 미국의 모건스탠리가 1995년 건설은행 등과 합작해 설립한 중국국제금융(CICC)가 1호 외자계 증권사다. 현재 18개 외자 합작증권사(2016년 3월~2017년 8월 신청서 제출)가 심사비준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계 증권사는 중국에 사무소를 둔 곳만 있을 뿐 정식 진출한 곳은 한곳도 없다.
♢합작파트너와 불협화음 외자계 증권사 활로 열리나
중국 합작증권사 가운데 외자가 지분을 51% 가진 곳은 작년 7월 광둥(廣東) 자유무역시험구내에 있는 선전(深圳) 첸하이(前海)에 설립 허가를 받은 HSBC첸하이증권이 유일하다. 예외적으로 한 두 곳에 시범적용하고 제도화하는 중국 식 개방개방 스타일을 보여준다. 3년후에는 증권사의 합작 의무가 사라져 2021년에는 외자 독자 증권사 설립도 가능해진다.
특히 이번 조치엔 3월초 발표된 초안에 있던 단일 외자의 상장 증권사에 대한 지분한도를 20%에서 30%로 올린다고 한 내용이 상장과 비상장 증권사 구분없이 외자에 대한 지분 한도를 통일한다고 바뀌었다. 단일 외자도 증시에 상장한 증권사에 대한 지분을 종전의 최고 20%에서 51%로 확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중국 증권업계에서는 앞서 외자의 합작의무와 지분제한과 이에 따른 합작파트너와의 불화 탓에 중국 시장에서 철수하거나 파트너를 바꾸는 사례가 잇따랐다. 영국 RBS는 합작 증권사 지분 33.3%를 지난해 9월 합작 파트너인 궈롄(國聯)증권에 모두 넘겼다. BNP파리바는 지난 2007년 1월 합작 증권사 지분 33%를 모두 합작 파트너인 창장(長江)증권에 매각하면서 미래 발전 방향에 대한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모건스탠리는 합작사 설립초기 확보했던 CICC 최고경영자(CEO)선임권을 2000년초 상실했고, 이후 불협화음이 커지자 2010년 CICC 지분을 매각하고 2011년 화신(華鑫)증권과 합작 증권사를 설립했다. 모건스탠리는 화신과의 합작증권사 지분을 초기엔 33% 확보했지만 2016년말 49%로 늘린데 이어 중국 당국의 지분 한도 완화 예고 직후인 작년 11월 51%까지 높이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천명해왔다.
♢증권 개방 확대 발표 효과 극대화 노리는 중국
이번 증권업 개방 확대조치는 작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 직후 중국 당국이 시행시기 언급없이 발표한 금융개방 확대조치의 일부 내용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하이난(海南)성에서 열린 보아오(博鰲)포럼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금융개방 확대조치를 서둘러 시행하겠다고 밝힌 지 하루만인 이달 11일 인민은행의 이강(易綱) 총재가 발표한 금융개방 확대 조치 가운데 ‘수개월내 시행하겠다’고 언급한 조치중 하나로 ‘증권사 자산운용사 외자지분 한도 51%로 확대’가 들어가면서 증권업 개방확대가 금명간 단행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진 상황이었다.
중국 당국은 자체 개혁 개방 일정에 따른 금융개방 확대 등의 조치를 취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시점이 묘하다. 미중 경제교류 협상대표인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래리 커들로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 국장 등과 함께 내달 3~4일 방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증감위의 이번 개방 확대조치는 지난 3월 9일 발표한 초안에 대한 의견수렴을 거쳐 발표한 형식을 띠고 있지만 의견수렴 마감 시한은 4월 8일이었다. 증감위는 11개 국내외 금융기관과 5명 개인 등의 의견을 받아 수정해 이번 조치를 발표했다고 설명하지만 개방 조치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미국 대표단 방중 직전으로 발표 시점을 선택했다는 지적이 있다.
이강 총재가 발표했던 외자계 보험중개회사의 사업범위를 중국계와 동일시하는 조치와 외자계 은행의 중국내 사업범위 확대 관련 조치도 증권업 개방 확대조치에 하루 앞선 27일 발표됐다.
♢중국 증권 개방 확대 외자 증권사에 기회와 도전
중국의 개방확대가 트럼프의 압박 때문이든 올해로 개혁개방 40주년을 맞은 중국의 개혁개방 버전 2.0 전략 때문이든 관계없이 이에 따른 중국 시장의 변화가 한국 금융에 미칠 도전과 기회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증권업의 자산규모는 6조 1400억위안(약 1043조 8000억원,2017년말)으로 5년전인 2012년말(1조 7200만위안)에 비해 257% 증가했다. 지난해 중국 증권업계가 올린 매출과 순이익은 3113억 8000만위안(약 52조 9346억원)과 1129억 9500만위안(약 19조 2091억원)으로 순이익률이 36.29%에 달했다.
핑안(平安)증권에 따르면 중국 증권업계에서 외자계 합작증권사가 매출과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모두 3%에 못미친다.
증감위는 이번 개방확대 조치를 내놓으면서 해외 기구의 선진경험과 전문능력을 유치하고, 경쟁을 유도해 서비스 수준을 제고하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번 조치에 중국에 증권사를 설립하거나 투자하는 외자에 대한 규정을 보완한 배경이다. 외자는 반드시 금융기구여야하고 국제 명성과 경영실적이 좋아야 하며, 최근 3년 업무 규모와 매출 이익이 국제적으로 선두에 있어야 하고, 최근 3년간 장기신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해야한다는 조건을 넣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증권업 개방 확대조치를 시 주석이 약속한 40조달러(약 4경 2800조원) 규모에 달하는 금융시장 개방 약속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