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해리 왕자와 할리우드 배우 메건 마클의 결혼식이 다음 달 19일 윈저성에서 열린다. 이들의 약혼 소식이 처음 공개됐을 때 영국에선 메건이 혼혈인에 이혼녀, 미국 배우, 가톨릭 신자라는 이유로 이런저런 말이 많았다. 하지만 영화 같은 이들의 러브 스토리에 대중은 더 열광했다.

특히 영국 왕실의 말썽꾸러기였던 해리 왕자가 메건을 만나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면서, 두 사람의 사랑은 연일 화제를 낳고 있다. 청첩장부터 결혼식 당일 드레스 코드까지 결혼을 둘러싼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해리(왼쪽) 왕자와 약혼녀 메건 마클.

◇ 영화·다큐멘터리 속속 제작…‘세기의 러브 스토리’

이들의 러브스토리는 TV용 영화로 제작되고 있다. 미국 영화 제작사 라이프타임이 세기의 결혼식을 앞두고 영국 왕자가 미국 배우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내용의 영화 ‘해리 앤드 메건: 왕실의 로맨스’를 제작 중이다. 해리가 메건을 어떻게 만났고, 어떻게 결혼을 결심하게 됐는지를 그린 2시간짜리 영화다.

지난 2월부터 캐나다 밴쿠버와 미국 로스앤젤레스 등에서 촬영을 시작했다. 해리 역할에는 영국 배우 머리 프레이저, 메건 역할에는 미국 배우 패리사 피츠-헨리가 캐스팅 됐다. 영화는 결혼식 전인 다음 달 13일 케이블 채널 라이프타임에서 공개된다. 해리 왕자의 형 윌리엄 왕자의 결혼식 전에도 윌리엄과 아내 케이트 미들턴의 만남을 다룬 영화 ‘윌리엄 앤드 케이트: 더 무비’가 2011년 개봉했다.

영화에서 해리 역할을 맡은 배우 머리 프레이저(왼쪽)와 메건 역할의 패리사 피츠-헨리(오른쪽).

미국과 영국 방송국들은 해리와 메건의 만남을 그리는 다큐멘터리도 제작하고 있다. 미국 폭스 방송은 ‘메건 마클: 미국 공주’란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다음 달 11일 방영할 예정이다.

미국 NBC도 다음 달 16일 ‘인사이드 더 로열 웨딩: 해리 앤드 메건’이란 다큐멘터리를 방송한다. 감독 이안 럼시는 “결혼식에 초대된 하객들과 지인들을 중심으로 생생한 이야기를 담았다”고 말했다.

영국 BBC 스튜디오와 협업한 미국 PBS는 ‘로열 웨딩 워치’ 5부작을 통해 예식∙윈저성 등 영국 왕실을 집중 보도할 예정이다.

케이티 니콜의 책 ‘해리: 인생, 상실, 그리고 사랑’.

◇ “해리, 메건 만난 후 담배·술 줄여”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 책 출간도 이어지고 있다. 고(故)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이야기를 집필한 작가 앤드루 모톤이 이번에는 메건에 대한 책을 냈다. 지난 19일 출간된 ‘메건: 할리우드 공주’는 메건이 왜 전 남편과 파경을 맞았는지 등 사생활을 다뤘다. 24일에는 작가 레슬리 캐롤이 ‘아메리칸 프린세스: 메건 마클과 해리 왕자의 러브 스토리’를 냈다.

케이티 니콜은 지난달 출간된 ‘해리: 인생, 상실, 그리고 사랑’에서 해리가 메건 덕분에 건강한 삶을 되찾았다고 썼다. 메건을 만난 후 해리는 생과일 주스와 영양제를 섭취하기 시작했고, 흡연과 음주를 줄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보수적인 영국인들은 미국인인 메건의 배우 직업과 이혼 경력 때문에 두 사람의 결혼에 안좋은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 해리, 가톨릭 신자 메건과 결혼해도 왕위 계승 권한 유지

조명 감독 출신 백인 아버지와 요가 강사 흑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메건은 미국 인기 드라마 ‘슈츠’로 유명세를 얻었다. 메건은 2011년 영화 제작자 트레버 엥갤슨과 결혼한 지 3년 만에 파경을 맞았다. 정확한 이혼 사유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양립할 수 없는 차이’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두 사람 사이에 자녀는 없었다.

메건은 영국 여왕이 수장인 성공회 신도가 아닌 가톨릭 신자다. 과거 영국 왕족은 가톨릭 신자와 결혼을 하면 왕위 계승 권한을 박탈당했다. 하지만 2015년 규정 개정으로 해리 왕자는 왕위 계승 권한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해리 왕자는 영국 왕위 계승 서열 5위였다가 형 윌리엄 왕세손의 셋째 아이가 태어나면서 6위로 한 단계 밀려났다

메건과 해리 왕자가 영국 시민과 만나고 있다.

◇ 결혼식에 맨체스터 테러 때 다친 12세 소녀 초대

해리 왕자 커플은 지난달 중순 결혼식 초청 하객 600명을 선정했다. 하객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뿐 아니라 해리 왕자와 친분이 있는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도 초청 명단에서 제외됐다. 왕실 관계자는 “영국은 물론 전 세계의 정치 지도자들은 하객으로 초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BBC는 지난해 맨체스터 아레나 공연장 테러 당시 다친 12세 소녀 아멜리아 톰슨이 하객 명단에 포함됐다고 전했다.

미국과 영국의 각종 매체는 해리 왕자와 메건의 이야기를 다룬 콘텐츠를 제작 중이다.

왕실 업무를 담당하는 켄싱턴궁은 22일 하객 600명에게 청첩장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청첩장은 모두 손으로 제작됐다. 금색 왕관 문양을 새겼고 영국산 종이와 미국산 검정 잉크를 사용했다. 켄싱턴궁은 남성 하객은 제복·모닝코트 또는 정장을, 여성 하객은 모자와 드레스를 착용하도록 권했다. 결혼식에 참석하는 하객은 점심 축하연에 참석할 수 있다.

윈저성 안의 세인트 조지 예배당에서 열리는 결혼식 때 첼리스트 세쿠 카네 메이슨, 웨일스의 유명 소프라노 엘린 마나한 토머스, 기독교 복음 성가대인 ‘왕국 합창단’ 등이 음악과 연주를 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