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주상욱)은 스스로 무너지는 길을 택했어….' '휘(윤시윤)가 더는 자기 사람들 다치지 않게 지켜내는 모습을 난 기대해.' '다 필요 없고, 빨리 주말이 왔으면… 기다리기 왤케(왜 이렇게) 힘드나.'

TV조선 특별기획 '대군―사랑을 그리다'(매주 토·일요일 밤 10시 50분) 시청자들이 요즘 페이스북과 각종 인터넷 카페에서 쏟아낸 반응들이다.

'대군'은 지난 22일 밤 자체 최고 시청률 4.2%(닐슨·수도권·유료가구)로 동 시간대 시청률(지상파 제외) 1위를 기록했다. 이날 방송에선 조카의 왕위를 찬탈한 비정한 임금 강이 칼을 빼들고 궁궐을 휘저으며 광기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유배 갔다 극적으로 살아난 동생 휘(은성대군)는 도성 곳곳에 왕위 찬탈을 비판하는 방을 붙이며 형을 압박한다. 두 형제의 생사를 건 갈등이 이제 왕위를 둘러싼 본격적인 대립으로 치달으면서 시청자들 관심이 치솟고 있다. 주 시청자층은 40대이지만 최근 조사에선 10~20대 여성 시청률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조카의 왕위를 찬탈한 죄책감 때문일까. 독살 공포에 빠진 이강(주상욱)이 궁궐에서 칼을 빼들고 무수리들을 추궁하고 있다.

은성대군으로 열연하는 주연배우 윤시윤의 몰입도 높은 연기에 대해선 호평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 21일 밤 방송분에서 자현(진세연)의 유서를 본 휘가 붉어진 눈자위로 눈물을 쏟아내는 모습에 "함께 울었다"(디시인사이드 대군 갤러리)는 반응이 쏟아졌다. 사랑하는 여인과 왕위를 빼앗긴 어린 조카까지 아무도 지켜주지 못하는 자신을 한탄하는 휘의 내면이 윤시윤의 연기를 통해 절절히 전달됐다. '우울한 카리스마'의 주인공 강이 폭군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며 "연민을 느낀다"는 시청자들도 많다. 극 초반 천방지축이던 여주인공 자현이 강인한 여성 캐릭터로 성장해 가는 모습도 젊은 여성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주연 못지않은 조연배우들의 묵직한 연기도 대군의 주가를 높이고 있다. 극한 상황에서도 위엄을 잃지 않는 대왕대비(양미경)와 휘를 연모하는 여진족 여성 무사 루시개(손지현), 유머와 넉살로 드라마에 온기를 불어넣는 죽산 안씨(김미경)가 특히 사랑을 받는다.

20부작 드라마는 극의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후반부로 이어지는 줄거리는 수양대군의 단종 폐위에 해당하는 부분이지만, 역사적 사실관계에서 벗어나 '아기 왕'의 복위를 꾀한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두 대군의 싸움이 어떻게 종결될지 중장년 남성 시청자들의 관심이 지속해서 상승하는 이유다. 대중문화 평론가 공희정씨는 "최근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역사 드라마를 찾아보기 힘든 상황에서 현대적 감성에 역사적 상상력을 더한 드라마에 시청자들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