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노동당의 중요 정책 결정 기구인 전원회의에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의 핵실험장을 폐기하기로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1일 보도했다.

통신은 전날 개최된 전원회의에서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의 위대한 승리를 선포함에 대하여’라는 결정서가 만장일치로 채택됐다며 결정서에 “주체107(2018)년 4월 21일부터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로켓(ICBM) 시험발사를 중지할 것”이라는 내용이 명시됐다고 밝혔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가 지난달 23일 공개한 풍계리 일대의 위성사진. 3월2일(왼쪽)과 17일 풍계리 핵실험장 일대의 모습을 비교한 결과 서쪽 갱도에 굴착장비가 없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38노스는 밝혔다.

결정서에는 “핵시험 중지를 투명성 있게 담보하기 위하여 공화국 북부 핵시험장(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할 것이다”라는 내용도 포함됐다고 통신은 보도했다.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2006년 10월9일 1차 핵실험을 시작으로 작년 9월3일까지 총 6차례 핵실험을 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곳에서의 6차례 핵실험을 통해 핵폭탄 제조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결정서를 통해 “핵시험 중지는 세계적인 핵군축을 위한 중요한 과정이며 우리 공화국은 핵시험의 전면 중지를 위한 국제적인 지향과 노력에 합세할 것”이라며 “우리 국가에 대한 핵위협이나 핵도발이 없는 한 핵무기를 절대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그 어떤 경우에도 핵무기와 핵기술을 이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회주의 경제 건설을 위한 유리한 국제적 환경을 마련하며 조선반도와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기 위하여 주변국들과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연계와 대화를 적극화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조선반도(한반도)와 지역에서 긴장완화와 평화에로 향한 새로운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며 “핵개발의 전 공정이 과학적으로, 순차적으로 다 진행되었고 운반 타격 수단들의 개발사업 역시 과학적으로 진행되어 핵무기 병기화 완결이 검증된 조건에서 이제는 우리에게 그 어떤 핵시험과 중장거리, 대륙간탄도로켓 시험발사도 필요 없게 되었으며 이에 따라 북부 핵시험장도 자기의 사명을 끝마쳤다”고 했다.

김정은은 “핵무기 없는 세계 건설에 적극 이바지”하려는 것이 당의 ‘평화 애호적 입장’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지난 2013년 당 전원회의에서 채택됐던 핵무력·경제 건설 ‘병진노선’에 대해 “역사적 과업들이 빛나게 관철되었다”며 “우리 공화국이 세계적인 정치사상 강국, 군사강국의 지위에 확고히 올라선 현 단계에서 전당, 전국이 사회주의 경제 건설에 총력을 집중하는 것이 우리 당의 전략적 노선”이라고 했다. 이를 두고 기존의 핵·경제 병진노선의 성공을 선언하고 이를 대체하는 ‘경제건설 총력 집중’을 새 노선으로 제시한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와 관련 전원회의에서는 “당과 국가의 전반사업을 사회주의경제건설에 지향시키고 모든 힘을 총집중할 것”이라는 내용의 결정서인 ‘혁명발전의 새로운 높은 단계의 요구에 맞게 사회주의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할 데 대하여’가 채택됐다.

북한의 이번 조치는 오는 27일 열릴 남북 정상회담과 5~6월 개최될 미북 정상회담을 앞둔 선언적 조치로 해석된다. 북한은 최근 우리 측 특사단 등에게 비핵화 의지를 밝히면서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추가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전략 도발을 재개하는 일은 없을 것임을 명확히 했다”고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