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검찰 출신으로 자신의 최측근인 루돌프 줄리아니(73) 전 뉴욕시장을 러시아 수사 법률팀 변호사로 고용하면서 인력 부족으로 좌초 위기에 놓였던 법률팀이 겨우 한시름 덜게 됐다.

트럼프 법률팀은 수장이었던 존 다우드 변호사가 지난달 22일 해임된 이후 스타 변호사들로부터 영입 제의를 거절당하며 인재 영입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 와중에 최근 미 연방수사국(FBI)가 트럼프 대통령의 섹스 스캔들을 전담해온 개인 변호사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사법 당국의 압력이 거세졌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자신의 측근을 불러들여 법률팀 재정비를 서두른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법률팀은 줄리아니가 특유의 호전적인 성향, 뮬러 특검과의 개인적인 유대관계를 활용해 러시아 수사를 종결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16년 9월 1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 후보자 대선 캠페인 현장에서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왼쪽)과 트럼프 대통령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 코언 압수수색에 압박 느낀 트럼프…절친 카드로 법률팀 재정비

19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제이 세큘로 트럼프 대통령 변호사는 이날 성명을 통해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트럼프 법률팀에 합류하게 됐다고 발표했다. 이어 검사 출신인 부부 변호사 제인 라스킨과 마티 라스킨도 법률팀 변호사로 고용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법률팀은 수장이었던 다우드 변호사가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을 빚다 경질된 이후 새 변호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물망에 올랐던 스타 변호사들은 법률팀의 조언을 무시하고 돌발 발언으로 변호사들을 곤란에 빠뜨렸던 트럼프 대통령의 업무 스타일을 꺼려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법률팀이 최근 서둘러 세 명의 변호사를 고용한 것은 최근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맡은 로버트 뮬러 특검의 수사가 속력을 내고 있는데다, FBI가 트럼프 대통령의 섹스 스캔들을 전담해온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법률팀이 사법 당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 9일 FBI와 미 연방검찰 수사관들은 코언의 사무실과 자택을 압수수색해 사업기록과 서류, 이메일, 납세 자료 등을 압수해갔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섹스 스캔들을 수사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지만, 뮬러 특검이 압수수색을 요청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러시아 스캔들을 다른 방면으로 수사하기 위한 것이라는 추측도 나왔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과 법률팀은 수사당국이 정확히 무엇을 겨냥한 것인지 알 수 없어 불안감이 커진 것으로 전해졌다.

2016년 9월 16일 대선 캠페인 현장에서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대통령 후보.

◇ 대선 1등 공신이자 트럼프 ‘절친’…러시아 수사 중심축 역할 기대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당선시킨 1등 공신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트럼프의 최측근이다.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성희롱 발언으로 논란이 된 ‘할리우드 액세스 스캔들’로 역풍을 맞았을 때도 줄리아니는 트럼프를 후보로 지지한 몇 안되는 인물 중 하나였다.

그는 백악관에 입성할 기회가 여러번 있었지만 관직과는 인연이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줄리아니의 검사 경력과 뉴욕시장 경력을 인정해 취임 후 그에게 법무장관직을 제안했으나 줄리아니는 국무장관직을 고집하다 결국 아무런 자리도 얻지 못했다. 이후 백악관 안팎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다양한 분야에 대한 조언을 건네며 그의 주변에 머무르다 이번 계기로 백악관에 입성하게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줄리아니의 호전적인 성향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 언론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높이 평가해 이번 러시아 스캔들 사건 변호를 이끌 적임자로 지목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줄리아니는 오랜 세월 검찰에 몸담으며 뮬러 특검과 쌓아온 유대관계를 활용해 특검팀과의 관계를 트럼프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뮬러 특검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인터뷰를 진행할 때 질문 방식을 조율하는 등 줄리아니는 러시아 스캔들 변호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