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폐쇄됐던 '드루킹' 김모(49)씨 관련 인터넷 사이트들이 다시 공개되고 있다. 한 번에 열리는 것이 아니라 시차를 두고 하나씩 공개되고 있다. 현 정부가 민감해할 만한 내용들이 올라와 있고, 일부 내용은 여전히 비공개로 두고 있다. 지난 17일 오후 6시쯤 '경인선' 사이트가 다시 열렸다. '경인선'은 김씨가 소액 주주 운동을 한다며 만든 '경공모(경제적 공진화 모임)' 회원들이 주도하고 있다. 하루 전 밤에는 김씨 개인 블로그인 '드루킹의 자료 창고'가 공개됐다. 이 두 사이트는 이번 댓글 사건이 언론에 알려진 다음 날(14일) 폐쇄됐었다.

사이트 재공개는 김씨의 변호사가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경인선도 가야지. 경인선에 가자"고 말하는 동영상은 다시 열린 '경인선' 사이트의 첫 번째 메뉴 제일 상단에 있다. 이 동영상은 작년 8월 1일에 '김정숙 여사가 경인선에 가고 싶어 하셨던 이유, Cheer Up!'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와 있다. 경인선 게시글 대부분은 문 대통령의 미담이나 홍보, 각종 비판에 대한 해명 등이다.

비공개로 남겨 둔 것도 있다. '국민선플단 프로젝트'라고 적힌 항목이다. 국민선플단은 문 대통령에 대한 악성 댓글을 지지 댓글로 막겠다는 취지로 2016년부터 '경인선'이 주도한 운동이다. 김씨 측이 현 정부가 민감해할 만한 내용만 조금씩 공개하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김씨는 경찰에 체포되기 전인 지난달 14일 페이스북에 '너희들 2017년 대선 댓글 부대의 진짜 배후가 누군지는 알아? 진짜 까줄까?'라는 협박성 글을 올렸었다.

앞서 공개됐던 김씨 개인 블로그에도 비공개된 부분이 있다. 민주당 김경수 의원 관련 글 등이다. 또 다른 민주당 현역 의원 관련 글도 비공개로 돼 있다. 김씨의 변호인은 16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숨기는 것보다 블로그를 공개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조금씩 정보를 공개하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주고 상대방에게 압박을 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