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학생체육관에 꽃 종이가 흐드러졌다. 축포와 함께 '팬과 함께 만든 감동의 V2'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이 펼쳐졌다. 서울 SK가 18일 열린 프로농구 챔피언결정 홈 6차전에서 원주DB를 80대77로 따돌리고 4승2패로 7전4선승제 시리즈를 끝냈다.

SK는 챔피언전 사상 처음으로 2패 후 4연승으로 우승을 차지하면서 청주를 연고지로 삼았던 2000년 우승 이후 18년 만에 정상을 되찾았다.

문경은(47·사진) SK 감독은 흐르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연세대 선수 시절 사상 첫 대학팀 농구대잔치 우승(1994년), 삼성에서 프로농구 챔피언전 우승(2001년) 등을 하면서도 눈물을 비친 적이 없었다는 그였지만 프로팀 지도자로 맛본 첫 우승의 감격은 컸다.

'람보 슈터(프로 통산 3점슛 1위·1669개)'로 이름을 날렸던 문 감독은 2010년 은퇴하고 SK 2군 코치와 1군 감독 대행(2011~2012시즌·9위)을 거쳐 2012~ 2013시즌 정식 사령탑에 올랐다. 성공 가능성은 미지수였다. 문 감독 이전에 SK에서 3년 이상 버텼던 감독은 챔피언전 우승·준우승을 1번씩 일궜던 최인선 전 감독(1998년 11월~2003년 4월)뿐이었다. 이후 4명의 감독이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중도 경질되거나 재계약에 실패했다.

18일 챔피언 결정 6차전에서 승리하며 2017~2018시즌 프로농구 우승을 확정한 SK 선수들이 코트 위에 한데 모여 환호하고 있다. 먼저 2패를 당한 뒤 4연승으로 정상에 오른 SK는 1999~2000시즌 이후 18년 만에 팀 통산 두 번째 우승을 일궈냈다.

SK는 '모래알 조직력팀' '감독의 무덤'으로 불렸다. 2년 차 초보 지도자였던 문 감독은 2012~2013시즌 돌풍을 일으켰다. 애런 헤인즈를 중심으로 '1가드-4포워드' 농구로 위력을 떨쳤다. 정규리그에선 팀 창단(1997년 9월) 이후 처음 1위를 했다. 홈 경기 23연승을 포함해 44승(10패)을 올려 2011~2012시즌 동부(현 DB)가 세웠던 역대 한 시즌 최다승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하지만 챔피언전에선 정규리그 2위였던 모비스의 변화무쌍한 수비 전술에 고전하며 1승도 올리지 못하고 내리 4번을 패했다.

SK는 이후 4시즌 동안 정규리그 3·3·9·7위를 했다. 공교롭게도 헤인즈가 떠나면서 성적이 떨어졌다. 정작 헤인즈는 2015~2016시즌 오리온으로 유니폼을 바꿔 입고 챔피언전 우승을 맛봤다. 헤인즈가 없던 SK에서 뛰었던 데이비드 사이먼은 2016~2017시즌 KGC로 둥지를 옮겨 챔피언전 정상에 올랐다. 문 감독이 우수한 외국인 선수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SK는 작년 여름 외국인 드래프트를 통해 뽑았던 대리언 타운스가 연습 경기와 훈련에서 부진하자 대체 선수로 헤인즈를 선택했다. 문 감독은 "헤인즈가 나와 제일 잘 맞는 것 같았다. '나이 먹은 선수 데려와서 (예전과) 같은 농구 할 거냐'고 욕먹을 각오는 했다"고 말했다.

일부 팬들은 공격과 수비 모두 헤인즈 중심으로 풀어가는 문 감독을 '문 애런'이라고 부르며 비아냥거린다. 정작 문 감독은 "난 그 닉네임 좋더라. 헤인즈한테 '성(姓)을 문씨로 바꿔라'라고 말한 적도 있다"고 웃어넘긴다.

SK는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를 이겨 2위를 했다. 팀의 핵심이었던 헤인즈는 왼쪽 무릎 십자인대 파열로 8주 진단을 받았다. SK는 지난 시즌 LG에서 뛰었던 제임스 메이스를 데려왔다. 4강 플레이오프에선 KCC를 3승1패로 제쳤는데, 챔피언전에서 DB에 두 판을 먼저 내줬다.

문 감독은 "5년 전처럼 또 4연패 할까 봐 걱정했다. 선수들에게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그는 DB 간판선수 디온테 버튼의 득점을 10점만 줄이면 승산이 있다고 보고 다양한 수비 카드를 들고 나왔다. 결과는 3~6차전 4연승으로 나타났다. 문 감독은 우승 인터뷰에서 "코치들이 울면서 달려와 나도 울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3차전 홈 경기 역전승이 시리즈의 가장 중요한 승부처였다"고 말했다.

통산 4번째 우승에 도전했던 정규리그 1위 DB는 2007~2008시즌 통합 우승 이후 챔피언전 준우승만 4번째 하며 시즌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