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 윤봉길의사 연구소 이사장

오는 29일은 윤봉길 의사 의거(義擧) 86주년이 되는 날이다. 윤봉길 의사는 1932년 4월 29일 중국 상하이 훙커우 공원에서 열린 일왕(日王) 생일인 천장절 및 상하이 점령 전승 축하식장에 폭탄을 던져 시라카와 요시노리 육군 대장 등 일제 침략군 수뇌부를 처단해 조선인의 독립의지를 만방에 알렸다. 윤 의사가 현장에서 체포돼 연행되는 모습은 일본 아사히신문 5월 1자 호외에 실렸다.

일부 역사 교과서에도 실린 이 사진은 1976년 5월 보물로 지정되었지만 체포된 사람이 윤 의사와 닮지 않았다는 주장으로 진위 논란이 일자 보물에서 해제되었다. 이후 연행 사진이 진짜라는 게 밝혀졌지만 보물 해제는 10여 년째 철회되지 않고 있다.

지난 1999년 한 방송사가 사진 속 윤 의사의 모습이 한인애국단 선서식 사진과 다르다는 주장을 담은 프로그램을 방송하면서 사진은 진위 논란에 휩싸였다. 유족들이 항의하자 이 방송사는 전문가들에게 의뢰해 분석한 결과 연행 사진 속 인물이 "윤 의사가 맞다"며 2001년 정정 보도했다. 하지만 인터넷 등에서 진위 논란이 지속되자 2007년도 판 한국근현대사 교과서에서 사진이 삭제됐다. 문화재청은 2008년 4월 별도의 학술 조사를 하지 않은 채 의혹에 휩싸였다는 이유만으로 사진을 보물에서 해제했다.

하지만 같은 해 10월 조사에 착수한 국가보훈처가 "훙커우 공원 체포 사진이 윤 의사가 맞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 판정 이후 유족들은 문화재청에 사진을 보물로 재지정할 것을 요청했지만 문화재청은 "문화재위원회가 해제 결정한 사항에 대해 별도의 철회 방법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며 거절했다. 이 사진의 역사적 의미와 사료적 가치를 염두에 두지 않은 지극히 행정편의주의적 조치다.

일본은 야스쿠니 신사의 전쟁박물관 유슈칸에 윤 의사가 던진 폭탄으로 죽은 시라카와 대장이 입었던 옷과 핏자국이 선명한 와이셔츠 등을 애국의 상징물처럼 전시하며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있다. 반면 우리는 이런 전범을 응징한 윤 의사의 사진조차 제대로 보존하지 못하고 있다. 과거의 뼈아픈 역사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관련 역사 자료를 후세에 잘 전달해야 한다. 윤 의사 연행 사진은 상하이 의거를 실증(實證)하는 것으로 역사적 가치가 매우 높은 사료(史料)이다. 하루빨리 보물로 재지정해 소중히 보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