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계에서 '미투(나도 당했다)' 폭로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17일 한국에서 활동 중인 외국인 여성기사 A씨가 한국기원 프로기사 전용 게시판에 '유명 프로기사 김모 9단으로부터 성폭행당했다'는 글을 올렸다. A씨는 2005년 한국에 와 지금까지 국내에서 활동 중이다.
A씨는 게시판을 통해 '2009년 6월 김모 9단의 집에 초대를 받았다. 오기로 한 친구를 기다리다 술을 많이 마셨고, 그의 권유대로 그 집에서 자게 됐다. 얼핏 잠에서 깨 보니 벗은 내 몸 위로 그가 올라와 있었다'고 적었다. A씨는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무섭고 떨리는 마음으로 옛 자료를 찾아 쓴다'고 덧붙였다.
A씨가 가해자로 지목한 김 9단은 바둑 해설로 인기를 얻었고 바둑리그 감독, 한국기원 이사, 바둑도장 운영 등 다양한 활동을 해 왔다. 김 9단은 '미투' 폭로 이후 잠적해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바둑계에선 A씨에 앞서 한 여성 기사가 '16세 때 같은 도장 선배 기사에게 성추행을 당했고, 소속 도장에 몰래카메라가 설치된 것이 확인됐음에도 불구하고 도장 측이 덮어버렸다'고 폭로했다. 이 기사는 당시 가해자로부터 일부 사과를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바둑계에선 최근 20일 동안 이들 사례 외에도 크고 작은 '미투' 관련 고발 글이 계속 나온다.
많은 바둑계 인사는 한국기원이 '미투'에 미온적으로 대처하면서 사실 규명 의지보다는 악성 소문을 확산시킨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기원은 A씨의 폭로에도 '적극 대응'이란 말만 내세운 채 가해자로 거명된 김 9단과는 아예 접촉 자체도 하지 않았다. 대신 "윤리위원회를 구성해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는 원론적인 성명 발표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