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댓글 조작’ 사건의 주범인 김모(49·필명 드루킹)씨 일당은 지난 1월 평창동계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구성과 관련된 기사에 달린 댓글 2개에 614개의 포털 ID를 이용해 공감 클릭을 집중적으로 반복했다. 두 댓글은 공감수가 4만건을 넘으면서 ‘베스트 댓글’로 최상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경찰 수사에서 드러난 것은 여기까지다.

지난달 22일 경찰에 체포된 김모씨(필명 드루킹)의 페이스북 모습

김씨는 이른바 인터넷 상에서 영향력이 큰 ‘파워블로거’로 알려져 있다. 그가 대선 직후인 지난해 6월부터 왕성하게 활동한 페이스북을 들여다보면 문재인 정부와 여권의 핵심 인사들과 관련된 글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가 쓴 글들은 단순한 평론을 넘어서 여권의 정국 운영 방향을 꿰뚫고 있는 듯한 글들도 여럿 보인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김씨 등이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텔레그램으로 비밀 대화를 나눈 정황을 찾아냈다고 한다.

◇드루킹, 댓글 조작한 당일 민주당은 의혹 제기

지난 1월 민주당이 댓글조작 사건을 인지, 수사를 의뢰하고 피의자들은 민주당원으로 조사됐고, 이들이 김경수 의원과 텔레그램 메시지로 연락을 주고받았다. 일련의 과정을 일지를 통해 정리했다.

①1월 17일-추미애 대표 "댓글 조작단이 가짜뉴스 확산"
1월 17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댓글 조작단이 가짜뉴스 확대 재생산하고 있고, 묵인·방조하는 포털도 공범"이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소식에 하루 뒤인 1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댓글조작 논란 수사 촉구' 청원글이 올라왔다. 이어 19일 네이버가 진상을 밝혀달라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김씨는 18일 추미애 대표의 발표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는 것처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온라인 여론점유율=대통령지지율”이라는 제목의 글을 남겼다. 이 글에서 김씨는 자신이 펼치는 온라인 여론 조작 활동의 당위성을 설명하려 했다.

김씨는 “대중들은 대부분 뉴스를 모바일 포털에서 보고, 특히 네이버를 통해서 기사를 본다”며 “여론이란 네이버 기사에 달린 베스트댓글이고 이것은 청와대에 있는 사람들도 다를 바가 없다. 그들이 여론을 보는 창구는 결국 네이버 기사에 달린 베스트 댓글”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온라인에서 지면, 오프라인에서도 지는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씨는 일주일 뒤 추 대표를 직접 언급했다. 그는 “진짜 문제는 추미애 당 대표자가 이끄는 더불어민주당의 (SNS) 대응능력이 떨어진다”며 “게다가 지지자들은 열심히 댓글 방어하고 있는데 추 대표는 휴가 가셨다죠? 더민주의 앞날이 암울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②1월 22일-민주당 디지털소통위원회 법률 대책단 출범
민주당은 지난 1월 22일 디지털소통위원회 산하 댓글조작 법률대책단을 출범했다. 대책단은 가짜뉴스, 악성댓글 211건을 경찰에 수사의뢰했다. 당시 대책단은 "매크로 프로그램을 돌린 움직임이 있다"고 언급했다.

김씨는 1월 26일 자신이 네이버 댓글 공작을 펼치고 있다는 사실을 암시하는 글도 올렸다. 김씨는 “그동안 그렇게 하라고 해도 안하더니 네이버에서 드디어 계정 접속 관리하고 기사웹페이지 손봤네요”라며 “기존 소위 매크로 같은 것은 이틀전부터 막혀서 안될겁니다”라고 적었다. 김씨가 평창 동계올림픽 관련 기사 댓글에 공감수를 조작한 지 9일 만이다.

김씨는 청와대의 압력으로 네이버가 웹페이지를 개편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청와대가 압력넣어서 네이버 웹페이지 개편하게 하면 뭘하겠습니까?”라고 적었다.

③2월 7일-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수사 착수
김씨는 올해 1월 김 의원에게 제3자의 오사카 총영사직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기사 댓글을 통해 김 의원을 압박했다.

지난 2월 23일 한 언론에 실린 김 의원의 인터뷰 기사 네이버 페이지에는 '김경수 오사카', '잘해라 지켜본다', ‘신의가 없는 오사카 김경수는 싫어요’ 등의 댓글이 집중적으로 달렸다. 드루킹 세력이 올린 댓글로 추정할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앞서 김씨는 ‘달빛기사단’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마치 사이버 전쟁을 암시하기도 했다. 시작하겠다는 느낌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김씨는 지난 2월 21일 “요즘 네이버 엉망진창인데, 자 이제 기지개좀 켜고 네이버 청소하러 가볼까”라며 “자유한국당과 일베충들은 긴장 좀 타야지, 추신(P·S) 달빛기사단 작업대장에게 엔젤이 돌아왔다”는 의미심장한 글을 남였다.

달빛기사단은 온라인상에서 활동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열성 지지층을 말한다. 자유한국당과 극우성향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 소속 네티즌들과 네이버 댓글로 싸우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분석된다.

④3월 14일- 드루킹 "대선 댓글부대 배후가 누군지 까줄까"
김씨는 22일 체포되기 직전인 14일, 다급하게 페이스북에 글을 남겼다. 김씨는 "아무 생각없는 놈들아 니들 2017년 대선 댓글부대의 진짜 배후가 누군지는 알아, 진짜 까줄까?"라고 글을 남겼다.

그는 이어 “진실을 알게되면 멘붕할 것들이 어디서 나를 음해하고 날뛰어? 안그래도 입이 근질근질해서 죽겠는데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어디 구뎅이라도 파고 소리라도 질러야겠다”며 “너무 조급해하지마라 나도 생각이 있으니 언젠간 깨끗한 얼굴하고 뒤로는 더러운 짓했던 넘들이 뉴스메인 장식하면서 니들을 멘붕하게 해줄날이 '곧' 올거다.”라는 글을 남겼다.

전문가들은 김씨의 글이 누군가를 믿고 있던 상황에서 배신을 당했을 때 나올 수 있는 반응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프로파일러는 “김씨의 글을 보면 자신에게 찾아온 굉장한 압박감을 느꼈던 것 같다”며 “결국 나혼자는 못 죽고 함께 죽겠다는 각오가 보이고 누군가가 보길 바라는 것 같은 내용”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16일 “우리는 노예가 되지 않는ㅇ다. 세상의 주인이 될것이다!”라는 글을 올린 후 6일 뒤 22일 경찰에 긴급체포 됐다.

◇경찰, 수사 축소說 ‘솔솔’…법조계 “구속 수사는 이상해”

일부에서는 경찰이 수사를 축소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피의자가 지난달 22일 체포된 이후 3주가 지났음에도 김 의원에 대한 수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16일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를 지목하며 "이미 3주 전 김모(드루킹)씨 등 관련자 3명을 구속했음에도 뒤늦게 발표한 이유가 무엇이고, 구체적 수사 결과를 내놓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졌다.

특히 경찰은 지난달 30일 김씨 등 3명을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 일당을 검찰에 구속 송치할때 김 의원과 관련된 내용은 전혀 포함시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긴급체포 3일만에 구속 영장 신청, 법원 발부까지 초고속으로 이뤄진 점도 극히 이례적인 상황이다.

국내 한 법무법인 대표변호사 A씨는 “불법으로 제 3자의 포털 사이트 아이디를 구해, 게시글을 쓰거나 댓글 혹은 공감을 조작한다고 했을 때, 이게 구속 수사의 사유가 될지는 미지수”라며 “법적으로만 놓고 보면 정보통신망법 위반이나 (네이버) 업무방해 수준인데 이정도 사안으로 구속시킨다는 게 쉽게 이해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수사와 관련해 경찰과 검찰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수사권 이전’ 문제와 관련해 경찰이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적 조치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 이번 수사와 관련해 담당 부서인 서울중앙지검 형사 3부는 경찰로부터 김 의원과 관련된 수사 자료를 제대로 전달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무슨 자료인지 말도 안해주고 놓고 가서 담당 검사가 김 의원과 관련된 수사자료인지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