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지진해일(쓰나미)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사고 3년 전인 2008년 ‘후쿠시마에 최대 15.7m의 지진해일이 덮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지만 도쿄전력(TEPCO) 경영진이 이를 무시하고 방파제 공사를 중단시켰다는 것이다. 대지진 당시 지진해일의 높이는 15.5m였다.

11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도쿄전력 직원 A씨는 지난 10일 도쿄지방법원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사고 관련 재판에서 “도쿄전력 부사장이 지진해일에 대비해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를 보호할 수 있는 방파제 건설 준비를 2008년에 갑자기 중단했다”고 증언했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때 후쿠시마 원전은 지진을 감지하고 자동 정지했다. 하지만 뒤이어 지진해일로 인해 비상 발전기가 멈춰섰고, 냉각수 공급이 중단되면서 노심용융(멜트다운·meltdown) 상황에 빠졌다. 2008년에 연구 결과에 따라 15.7m 이상의 방파제를 건설했다면 원전 폭발 사고를 막을 수도 있었다고 볼 수 있다.

2011년 지진해일로 손상된 후쿠시마 원전 1호기의 펌프.

도쿄전력의 가쓰마타 쓰네히사 전 회장, 무토 사카에 전 부사장, 다케구로 이치로 전 부사장 등 경영진 3명은 ‘후쿠시마 원전이 지진해일에 의해 침수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었는데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원전 폭발을 초래한 책임이 있다’는 혐의로 2016년 기소됐다.

직원 A씨는 도쿄전력이 2007년 설립한 지진 대비 센터의 지진해일 대응팀에서 일했었다. A씨에 따르면, 도쿄전력은 원자력 발전소의 내진 설계 점검을 위한 추가적인 안전보장조치를 고려하고 있었다.

A씨가 속한 지진해일 대응팀은 일본 과학기술청 산하 지진연구본부의 2002년 연구 결과에 근거한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대형 지진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후쿠시마현에 대형 지진해일이 몰려올 가능성이 있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후쿠시마 지역에 이전까지 한 번도 대형 지진해일이 없었다는 것을 근거로 연구 결과를 신뢰하지 않았다.

A씨에 따르면, 도쿄전력 지진해일 대응팀의 모든 직원들은 장기적인 연구에 근거해 내진 설계를 해야 한다는 데 동의해, 경영진에게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전달했다. 2008년 3월에는 “후쿠시마에 최대 15.7m의 지진해일이 덮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고, 대응팀은 이를 무토 사카에 도쿄전력 부사장에게 보고했다.

무토 사카에 부사장의 지휘 하에, 대응팀은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를 보호하는 방파제 건설 허가를 위한 과정을 진행했지만, 그해 7월 내부 회의에서 무토 사카에 부사장은 특별한 이유 없이 “도쿄전력은 15.7m의 지진해일 가능성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A씨는 “무토 사카에 부사장의 방파제 건설 중단 결정은 의외였다”며 “나는 결정을 듣고 매우 낙담했기 때문에 (방파제 건설 중단 결정을 내린) 그 회의 이후에 일어난 일에 대한 기억은 없다"고 증언했다.

무토 사카에를 포함한 도쿄전력 경영진은 “(지진해일 대응팀이 제시했던) 15.7m는 추정치에 불과했을 뿐”이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향후 재판과정에서는 도쿄전력 경영진이 왜 지진해일 예측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는지가 주목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도쿄전력 경영진이 사고 발생 5년 후인 2016년에 기소된 것은 검찰이 아닌 시민들의 의지에 따른 것이다. 도쿄지검은 2013년과 2015년 두 번에 걸쳐 "대형 지진해일이 발생하고 원전 사고까지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기는 어려웠다"며 도쿄전력 경영진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민간인 11명으로 구성된 ‘검찰심사회'가 기소를 결정했다. 일본 형사소송법은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리더라도 검찰심사회가 두 번 기소 결정을 내리면 강제로 기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경우 변호사들이 기소자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