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에 음악학원에서 악기 레슨을 받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주로 피아노, 기타, 바이올린 등을 배운다. 이들은 "온종일 사무실에 있으면 갇힌 듯한 느낌을 받는데, 점심에 잠깐이라도 악기를 다루면 기분이 풀리고 안정된다"고 말한다.
서울 여의도에 회사가 있는 김연정(28)씨는 작년부터 어렸을 때 배웠던 피아노를 다시 시작했다. 처음에는 일주일에 한 번 퇴근 후 레슨을 받았지만, 점심때로 옮겼다. 점심은 다이어트를 겸해 샐러드나 주스로 때운다. 김씨는 "북적거리는 식당에 갔다가 곧바로 일터로 가면 몸이 더 무거워지는 느낌이었는데, 요즘엔 훨씬 몸도 마음도 가벼워졌다"며 "퇴근길에 학원에 들를 때보다 하루가 더 길어진 것도 좋다"고 말했다.
직장인이 밀집한 여의도, 광화문 등에는 이들을 겨냥한 음악학원이 많다. 학원들은 저녁이나 주말에 10만원 넘는 레슨비를 평일 낮에는 할인해준다. 회사 점심시간이 보통 1시간 안팎인 점을 고려해 레슨 시간을 30~50분으로 조정해 준다. 여의도 조인실용음악학원 조인환(38) 원장은 "2년 전 문을 열었을 때부터 점심시간에 직장인들이 찾아오고 있다. 지금은 일주일에 스무 명쯤 레슨을 받으러 온다"고 했다.
육아 때문에 저녁에 시간을 낼 수 없는 이들도 점심에 짬을 내 악기를 배운다. 성인 전문 학원 솔바이올린 김규진(36) 원장은 "점심때 레슨받거나 연습하는 수강생 상당수가 퇴근 후엔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하는 부모들"이라며 "시청과 여의도에 있는 지점엔 하루 10명 이상이 연습하러 온다"고 했다.
직장인에게 악기 연주는 여가 활동일뿐 아니라 성취감을 주는 자기 계발이기도 하다. 취업 포털 잡코리아가 직장인 68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자기 계발을 하고 있다'고 한 사람 중 13.6%가 '사진, 악기 등'이라고 답했다. 점심 레슨으로 기타를 배우는 김성훈(29)씨는 "막상 퇴근하고 나면 학원에 가기 귀찮고 집중도 잘 안 되는데, 낮 시간엔 비교적 활기차게 할 수 있다"며 "회식이나 갑작스러운 야근 때문에 일정을 옮기는 부담도 적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