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장관과 외교장관회담하는 고노 타로 외무상

한국을 찾은 일본의 고노 다로(河野太?) 외무상은 11일 외교장관회담에서 제재와 압박을 통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그리고 일본인 납북 피해자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를 거듭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화 외교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고노 외무상과 1시간가량 한일 양국 간 주요 현안과 북한 비핵화 문제, 특히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한반도 정세에 관한 의견을 심도 있게 교환했다.

양측은 이날 회담에서 지금 이 시기가 북한 비핵화 문제 해결과 동북아 평화·안전 구축을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는 데 대한 공감대를 갖고 대화를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한 당국자는 이날 회담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양국 장관은 우선 남북·북미 정상회담이 이어지는 이 시기를 '관건적 시기(강경화)', '분수령(고노)', '역사적 시기'로 표현하며 중요성을 강조했다"며 "양국이 이 시기에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정착 목표를 공유하고, 사안을 명확히 확인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이어 "상호 정보 공유와 소통이 중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일미 정상회담과 남북 정상회담 정보를 충분히 공유하고 상호 의견을 조율하며 북한 문제를 처리하는 게 중요하다는데 공감대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상호 정상회담 관련 정보를 공유하자는 이야기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협조를 강화하자는 차원의 논의를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의견이 모아진 것이라고 이 당국자는 부연했다.

양측은 이날 북한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이행 방안에 대해 세부적인 논의까지 진행하지는 않았으나, 비핵화 로드맵에 있어서는 온도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당국자는 "일본 측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향후 남북·북미 정상회담 과정에서 명확히 확인돼야 한다는 기본 입장 하에서 북한이 (구체적) 행동으로 비핵화 의지를 보일 때까지 압박을 유지해야 하고, 대화 자체에 대한 대가를 지불해서는 안 된다는 기본 입장을 설명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강 장관은 우리 정부 또한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이 이뤄질 때까지는 대북제재와 압박을 그대로 갖고 간다"는 원칙을 확인하면서도 "북한이 대화가 이뤄지는 동안에는 도발을 안 한다고 공언했기 때문에 대화의 모멘텀을 계속 가져가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이 당국자는 말했다.

이 당국자의 설명에 비춰볼 ? 고노 외무상은 이날 회담에서 CIVD비핵화,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수용,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포기 등 기존의 요구 사항을 재차 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고노 외무상은 이날 회담에서 일본인 납북 피해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협조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납북 피해자 문제 해결은 일본이 '북한 문제의 포괄적 해결'을 언급할 때 요구하는 핵심 조건 중 하나다.

이 당국자는 "고노 외무상은 핵, 미사일, 납치자 문제 등 일련의 문제가 포괄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에 변화가 없으며, 이러한 입장을 남북 정상회담 계기에 북측에 전달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강 장관은 구체적인 답변 대신 '인도적 문제' 해결의 필요성에 공감을 표하며 "현 단계에서 비핵화, 평화정착, 남북관계 발전이라는 3가지 포괄적 의제 외에 어떤 구체적 사안이 정상회담 테이블에 오를지 알 수 없지만, 인도적 문제에 노력해 나갈 것"이라는 원론적인 수준의 답을 했다고 이 당국자는 전했다.

양측은 이날 한일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 경제, 문화, 인적교류 등 호혜적 분야에서의 협력하는 동시에 과거사 문제 등 당장 해결이 어려운 문제는 어려운대로 다뤄 나가며 미래지향적 관계로의 발전을 도모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외교당국 차원에서의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파트너십 발전을 위한 한일 외교당국 간 국장급 협의를 진행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고노 외무상은 이날 회담에서 한국 국회의원의 독도 방문 계획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방문 계획 철회를 요청한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을 재차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고노 외무상은 이날 오후 국립서울현충원 참배, 문재인 대통령 예방 일정을 소화한 다음 강 장관이 주최하는 만찬에 참석할 계획이다. 양측은 만찬에서 북한 비핵화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 교환을 이어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