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00만명의 개인 정보가 무단으로 유출돼 2016년 미국 대선에 이용됐다는 의혹이 증폭된 것을 계기로 10일(현지 시각) 미국 상원 청문회에 출석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가 민주·공화 의원들로부터 ‘난타’를 당했다.

저커버그는 이날 청문회에서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하면서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페이스북을 둘러싼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그가 의회에 출석하는 것은 2007년 페이스북 창업 이후 처음이다. 그는 이날 평소 티셔츠 차림 대신 정장에 넥타이를 매고 출석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10일(현지) 워싱턴DC 의사당에서 열린 미 상원 법사위원회와 상무위원회의 합동 청문회에 출석했다.

◇ 넥타이 차림으로 출석한 저커버그 재차 사과

의원들은 여야 가리지 않고 청문회 시작부터 페이스북이 가져온 끔찍한 악몽이라며 저커버그를 몰아세웠다.

존 튠 공화당 상원의원은 “저커버그 당신이 신뢰 위반이라고 묘사했던 정보 유출 사건 때문에 이 자리에 있다”고 지적했고, 다이앤 파인스타인 민주당 상원의원은 “외국의 행위자들이 대선에 개입하기 위해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미디어를 어떻게 악용하는지 목격했다”며 책임을 추궁했다.

리처드 블루멘탈 민주당 의원은 피켓까지 준비해 저커버그의 사과에 진정성이 없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우리는 저커버그의 사과 투어를 예전에도 본 적이 있다”며 “저커버그는 2006년에도 2007년에도 2011년에도 개인정보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사과했다”고 지적했다.

긴장한 듯 물을 마시며 의원들의 질의를 경청한 저커버그는 “페이스북 도구들이 해롭게 이용되지 않도록 막지 못해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의 뜻을 밝혔다. 또한 저커버그는 정보 유출 문제에 대해서는 상당 부분 책임을 인정하면서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 “정치 광고 등 추가 규제 받아들이겠다”

상당수 의원은 페이스북의 후속 조치를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상원 법사위원장인 척 그래슬리 의장이 “현 단계에서 캠브릿지 이외에 정보 유출된 사례를 파악하고 있는가”고 묻자,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이 제공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이용하는 앱은 모두 감시 중”이라고 답했다.

크리스토퍼 퀸즈 민주당 의원이 “가짜 콘텐츠가 왜 신속하게 삭제되지 못하는가”라고 지적하자, 저커버그는 “내용이 정확한지 여부에 대해 지금보다 더 경계하도록 주력하겠다”고 했다.

저커버그는 이 자리에서 미 의회가 제시하는 추가 규제를 받아들이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그는 의원들이 소셜미디어를 둘러싼 추가 규제 가능성을 밝히자, “관련 팀을 보내 앞으로도 협력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 “페이스북 독점 기업도 아니고, 권력도 없다”

페이스북의 영향력을 경계하는 의원들의 질문도 많았다.

린지 그래이엄 공화당 의원이 “페이스북이 독점 기업이라고 생각하는가”라고 묻자, 저커버그는 “그렇게 느끼지 않는다”고 답했다.

댄 설리번 공화당 의원이 “페이스북이 너무 많은 힘을 가진 것은 아닌가”고 묻자 저커버그는 이용자 수가 반드시 권력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테드 크루즈 의원이 페이스북의 ‘정치 검열’ 가능성을 제기하자, 그는 “페이스북은 테러, 자살 등의 부적절한 내용만 규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페이스북에서 광고를 없앨 수는 없어”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의 사업 모델을 고수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빌 넬슨 민주당 의원이 “광고 대신 이용자로부터 이용료를 걷으면 되지 않는가”고 묻자, 저커버그는 “완전히 광고 없애는 사업 모델은 불가능하다”며 “이용자가 개인설정을 통해 부적절한 광고를 보지 않으면 된다”고 답했다.

다만 그는 페이스북이 광고주에게는 정보를 팔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에드 매키 민주당 의원이 “제3자가 페이스북에 담긴 개인정보를 재활용하는 것을 인정하는가”라고 묻자 그는 “우리는 광고주에게 정보를 팔지 않으며, 개인정보 규제를 기본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 “가짜뉴스 선별 위한 인공지능 개발 중”

저커버그는 러시아 대선 개입 의혹 사건의 뮬러 특검팀으로부터 회사 직원들이 조사를 받은 사실도 털어놓는 한편, “올해 미국 중간선거와 브라질 대선 등에서 소셜미디어 등을 악용하려는 세력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밝혔다.

청문회 도중 일부 방청객이 페이스북의 정보 유출에 항의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페이스북은 가짜뉴스를 분별하기 위한 새로운 인공지능(AI)을 채용했다”며 “5∼10년 뒤에는 ‘혐오성 발언’을 정확하게 짚어낼 수 있는 AI가 개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커버그는 이를 두고 쫓고 쫓기는 ‘무기 경쟁’이라고 불렀다.

청문회가 진행되는 와중에 뉴욕 증시에서 최근 급락했던 페이스북의 주가는 4% 넘게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