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조정을 두고 대립하는 검경이 계속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번엔 검경 고위 간부가 시간 차이를 두고 언론 앞에서 맞섰다. 이철성 경찰청장이 9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제가 (기자가) 질문 안 하는데 답변한 적 있나요"라고 말했다. 지난 5일 서울중앙지검 한동훈 3차장검사가 언론 브리핑에서 한 말을 겨냥한 것이다. 당시 한 차장은 브리핑 모두발언에서 금품수수 혐의로 구속했던 대림산업 직원 2명의 구속을 취소했다는 사실을 먼저 알렸다. "제보자가 증거를 위조했고, 경찰이 이를 모른 채 검찰에 영장을 신청했다"는 취지로 이유를 설명했다.

이 청장은 "(한 차장이 묻지도 않은 질문에 답한 것은) 의도적"이라고 말했다. 경찰의 수사력을 흠집 내기 위해 일부러 언론에 알렸다는 것이다. 이 청장은 "증거 조작 사실을 당시로선 알기 어려웠고, 구속영장 신청할 때 검찰과도 충분히 협의했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법원에 영장을 청구한 것은 검찰이다. 자신들도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제대로 안 살폈다고 자인하는 것"이라고 했다.

'대림산업 수사'를 두고 검경이 신경전을 벌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경찰은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자신들의 수사 실력을 보여주기 위해 기업 대상 수사를 잇따라 해왔다. 이번 수사도 경찰의 핵심 부서인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담당했다. 한 차장이 언론 앞에서 '증거 조작'을 언급했을 때부터 "경찰의 수사력에 흠집을 내려는 의도 아니냐"는 말이 나왔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전에도 증거가 조작돼 구속된 인물이 풀려난 경우가 드물지만 있었다"며 "하지만 검찰이 언론에 알리는 것은 처음 봤다"고 했다. 검찰 측은 이 청장 발언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검찰과 경찰은 최근 '울산 고래고기' 사건을 두고도 대립한 적이 있다. 약 2년 전 경찰이 밍크고래 불법 포획 및 유통 혐의로 4명을 검거했는데, 검찰은 이들로부터 압수한 고래 고기를 돌려줬다. "불법의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그러자 경찰은 "직권 남용"이라며 해당 검사에 대해 수사하기도 했다.